필리핀서 버젓이 여행사 운영하다가 검거돼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은행 돈 수십억 원을 횡령해 필리핀으로 도피했던 전 은행 간부가 필리핀과 국내 사법기관의 공조로 15년 만에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오영신)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H은행 전 자금팀장 이모(53)씨를 19일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0년 2월부터 2002년 2월까지 H은행에서 근무하면서 관리하던 고객 자금 19억9천여만 원을 자신과 지인의 명의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액면금이 10억 원인 양도성 예금증서 2장 등을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주식투자와 도박 자금 등으로 썼다.
범행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2002년 2월 사이판으로 출국해 필리핀 마닐라로 도주했다. 같은 달 은행 직원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여권 무효화 등 조처를 했으나, 그를 잡기는 어려웠다.
검찰은 최근 현지 제보를 받은 필리핀 수사당국과 국제수사 공조를 통해 작년 9월 필리핀 마닐라에 은신 중이던 이씨를 검거해 이달 5일 국내로 강제송환했다.
이씨는 현지에서 필리핀 국적의 아내를 만나 아내 명의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필리핀으로 도주하는 범죄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피고인을 추적해 검거했다"며 "해외도피 사범을 비롯한 범죄인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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