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절반이상 직권·선택지정제 대상될 듯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앞으로 분식회계로 적발돼 임원이 해임권고 조치를 받았거나 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법인은 금융 당국이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회계 투명성·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의 한 방안으로 지정감사(직권지정) 사유를 대폭 늘리고 감사인 선택지정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관리종목 지정을 받거나 부채비율이 과다한 상장사 또는 감리결과 감사인 지정 조치를 받은 상장사에 한 해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한다.
앞으로 ▲ 분식회계로 해임권고를 받은 임원이나 일정 금액 이상 횡령·배임 전력이 있는 임원이 있거나 ▲ 거래소 규정상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고 벌점이 4점 이상이거나 ▲ 내부고발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거나 ▲ 선택지정제 대상이면서 감사인에게 사전에 입찰가를 확인하는 등 부정행위가 적발된 상장법인도 감사인 지정을 받게 된다.
또 상장회사가 3개의 회계법인을 추천하면 증선위가 그중 하나를 지정하는 선택지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민경제에 영향이 큰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와 금융회사, 소유·경영 미분리, 최대주주 등에 빌려준 자금이 많거나 감사 전 재무제표 지연제출 등으로 분식회계에 노출될 우려가 큰 상장회사가 선택지정제 대상이다.
수주산업 등 증선위가 정하는 '회계투명성 유의업종'에 속하는 상장회사도 감사인 선택지정제 적용을 받게 된다.
이들 선택지정제 대상 회사는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유 선임한 뒤 3년간 선택지정 선임해야 한다.
다만 증선위가 정하는 외국 증권거래소에 유가증권을 상장한 회사는 선택지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에서는 회사와 감사인 간 선임을 두고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이 때문에 감사인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소위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을 부실 회계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전면 지정선임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하면서도 선의의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직권지정제 대상 회사는 전체 상장사의 10%, 선택지정제 대상 회사는 상장사의 40%가량으로 추산됐다. 상장사의 약 50%가 직권 또는 선택지정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또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시스템 등을 점검해 일정 요건 이상에 해당하는 회계법인만 상장회사의 감사인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는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일단 대부분 회계법인을 상장회사 감사인으로 등록한 다음 사후적으로 요건에 미달하는 경우 등록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국은 업계에서 요구했던 최저감사보수제를 도입하는 대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적정 감사투입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김 국장은 "기업 입장에서 '의무'인 회계감사의 최저보수까지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최저보수가 적정보수로 인식돼 외부감사인의 보수가 오히려 내려가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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