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양성기관서 교육해야" vs "자신의 건강 위해 배우려는 것뿐"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등 의료행위를 평생교육기관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해 대법원이 구당(灸堂) 김남수 옹의 오프라인 침·뜸 교육시설 설치 요구를 수용한 것과 맞물려, 한의학계에서 침·뜸 교육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설 훈 의원 등 10명은 최근 의학 분야의 평생교육과정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의 평생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 등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는 평생교육과정으로 운영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평생교육시설 인가·등록을 취소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평생교육법은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빼고는 평생교육의 교육과정·방법·시간 등은 교육기관이 정하도록 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침·뜸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평생교육시설이 관련 강좌를 여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구당 김남수 옹과 교육 당국의 법정 공방이다.
김 옹은 2012년 일반인에게 침·뜸을 가르치고자 평생교육시설을 만들었지만,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은 사설기관이 의료행위를 가르칠 수 없다며 시설 설치 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불복해 김 옹이 낸 소송에서 1심과 2심은 무면허 의료행위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교육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인체, 질병 지식을 학습할 기회를 얻는 것은 행복 추구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기본적 권리이므로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이를 제한해선 안 된다"며 김 옹의 손을 들어줬다.
설 훈 의원실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은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고, 이는 입법 미비 때문이다"며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는 문제이므로 의료인을 양성하는 곳에서 교육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안이 한의학계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논란인 만큼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한국정통침구학회 광주지부교육원 강사는 "많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병원에 몸을 맡기기보다 뜸 뜨는 법 등을 배워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싶어한다"며 "영업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위해 배우려는 것이라면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에 해당하는 '배울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이사는 "침·뜸을 의료행위가 아닌 민간요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인이 행했을 경우 그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할 수 있다"며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평생교육법 소관 부처인 교육부는 이번 문제가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개정 절차가 진행되면 국회나 관계부처 의견 외에도 입법예고 과정에서 더 많은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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