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빌 클린턴-지미 카터 등 전직 대통령 부부 나란히 참석
힐러리 등장때 야유와 '감옥에 가둬라' 구호도…흐린날씨에 가는 비
취임식 인파 오바마 때의 절반 수준…'복스' 두 항공사진 대조 눈길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진행됐다.
다소 흐린 날씨 속에 간간이 약한 비가 내렸으나 새 대통령을 맞는 취임식은 환호와 열광의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감색 양복과 같은 색 코트에 빨간색 넥타이를 한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오전 11시 31분에 등장하자 큰 환호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오른쪽 주먹을 들어 보이면서 화답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말도 건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리 입장해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과 가볍게 인사하면서 악수를 했고, 이어 이후 100만 가까운 인파들에 손을 다시 한 번 흔들어 인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확히 정오에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성경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 당시 사용한 성경에 손을 얹은 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는 말을 따라 하며 취임 선서를 했다.
미국에 제45대 대통령에 등극한 역사적인 순간으로, 이때 예포도 발사됐다.
취임 선서 때는 멜라니아 여사를 비롯한 5명의 자녀가 바로 옆에 서서 지켜봤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마친 후 가족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볼키스를 하며 감격의 순간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이 직접 작성한 연설문을 토대로 첫 연설을 했다. 첫 연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변화와 개혁', '권력을 국민에게로' 등으로 연설 중간중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취임 연설 때 약한 비가 내리면서 멜라니아 여사가 우산을 쓰고 다른 참석자들은 비닐 비옷을 입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개의치 않고 연설을 이어갔다. 빗발이 세지는 않았으나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할 때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 연설을 끝날 무렵 그쳐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공식 취임식 행사가 끝난 후 임기를 마친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했으며, 이어 '이그제큐티브 원'(재임 중 타던 대통령 전용헬기 '머린 원') 편으로 떠나는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직접 배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선서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먼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취임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등장에 앞서 펜스 부통령,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 등이 역순으로 입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트럼프, 차녀 티파니, 막내아들 배런 등 가족들도 총출동했다.
또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로잘린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여사 등이 차례로 취임식장에 입장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등장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은 지난해 대선 때 외쳤던 야유와 함께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여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식 취임에 앞서 백악관 인근에 있는 교회 예배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전날 밤 백악관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묵은 트럼프 당선인은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백악관 뒤편 세인트 존스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백악관으로 이동해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회동한 뒤 취임식장인 의회를 찾았다.
취임식 후에는 의회 주관 오찬, 군 의장대 사열, 거리행진, 취임축하 무도회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인파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은 90만 명 안팎, 최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8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취임식 당시의 인파 180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이날 두 취임식 참석 인파를 비교하는 항공사진을 소개했다.
취임식에 이어 열린 취임축하 무도회 등에도 'A급 가수'들이 등장하지 않아 역대 다른 대통령들의 취임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두 차례 취임식에는 비욘세와 U2, 스티비 원더 등 정상급 가수들이 공연했으나 이번에는 영국의 엘튼 존을 필두로 유명 가수들이 줄줄이 고사했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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