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몰린 충청·강원 발전소, 일부만 가동해야 하는 상황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정부가 전기 공급 확대를 위해 발전설비를 증설하고 있지만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한테 전달해줄 송·변전설비 증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자칫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청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멀쩡한 발전소가 송·변전설비 부족으로 가동을 못 하는 '송전 제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송·변전설비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멀리 떨어진 가정·공장·사무실 같은 수용가로 보내는 데 필요한 설비다.
전기를 멀리 보내려면 전압을 크게 높인 뒤 송전시설을 통해 보낸 다음 수용가 근처에서 다시 전압을 낮춰야 한다.
국내에 많이 건설되는 석탄·원자력발전소는 그 특성상 전력의 주 소비처인 수도권에서 떨어진 해안가에 지어지기 때문에 이런 송·변전설비가 필수적이다.
환경 위해성이나 위험성 때문에 도시에 짓기 힘든 데다 바닷물을 발전용수로 쓰고, 발전연료를 수입하므로 항만과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송전 제약 사례를 보면 충남의 신당진변전소와 신서산변전소에 연결된 345㎸ 송전선로의 송전 허가용량(송전할 수 있는 용량)은 총 4GW인데 이미 서부발전의 태안 1호기∼8호기가 허가용량을 다 쓰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1GW 용량의 태안 9호기가 작년 10월 완공됐고, 역시 1GW짜리 태안 10호기도 올 1분기 중 완공될 예정이다.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6GW인데 송전할 수 있는 용량은 이보다 2GW 적은 4GW에 불과한 것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추가로 지어진 발전소를 돌리려면 기존 발전소는 발전량을 일부 줄이거나 선별적으로 가동을 멈추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154㎸·765㎸짜리 송전선로에 물려 있는 신서산변전소 역시 송전 허가용량이 4GW로, 이미 당진 1호기∼8호기가 이 용량을 모두 채우고 있다.
하지만 작년 7월 당진 9호기(1GW)가, 10월에는 당진 10호기(1GW)가 추가로 완공됐다. 역시 용량이 2GW 초과한 상태다.
송전 허가용량이 2GW 수준인 동해변전소(345㎸ 송전선로 사용)는 지금까지 1GW 용량이 남아돌았지만 작년 7월과 11월 설비용량이 각각 0.5GW인 북평 1호기와 북평 2호기가 완공된 데다 작년 12월 완공된 삼척그린 1호기(1GW), 올 1분기 중 완공될 삼척그린 2호기(1GW)도 있어 2GW 부족하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송전망 추가 건설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장거리 송전망은 1㎞ 건설에 약 120억원(345㎸ 지중송전선 기준)이 투입되는 고비용 사업인 데다 장소 선정에서 완공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송전망이 지나거나 송전탑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 반발이 커 합의를 끌어내려면 설득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보상·지원 등을 위한 추가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전업계에서는 송전선로 10㎞ 건설에 최소 1년이 걸린다고 본다.
실제 한전은 2015년 송·변전설비 건설 등에 2조5천500억원을 썼고, 작년에도 3조575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는 8조9천25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송전망 건설에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수요처 인근에 발전소를 짓는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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