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때리기'로 재미 본 트럼프…85조원 美투자 약속받아

입력 2017-01-22 05:51  

'기업 때리기'로 재미 본 트럼프…85조원 美투자 약속받아

기업들 일자리창출 약속도 줄이어…기업 옥죄기 지속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로 가전·자동차·항공 등 각 분야 제조업체를 공개적으로 압박해 미국 투자와 일자리 창출 약속을 받아냈다.

대선 승리가 확정된 이후부터 이달 22일까지 이 같은 으름장 등에 밀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豊田) 자동차, 월마트,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약속한 미국 투자액을 단순 합산하면 무려 726억 달러, 한화로 85조4천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내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며 기업 옥죄기 지속을 시사해 각 기업의 대(對) 미국 투자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개된 투자액 가운데 가장 거액은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가 약속한 500억 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선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가 일자리 5천 개를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며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기로 한 신생업체 원웹도 3천 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마사요시 사장은 내가 대선에서 이기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결정을 절대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번 투자 유치의 공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또 다른 일본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트럼프의 으름장에 놀라 5년간 100억 달러를 미국에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지난 5일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도요타자동차가 멕시코 바하에 미국 판매용 코롤라 새 공장을 짓겠다고 했는데 절대 안 된다"며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라면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공격한 지 단 나흘 만에 나온 결정이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최근 줄줄이 트럼프의 요구에 따르고 있다.

포드는 16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소형차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미시간주에 7억 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자리 역시 700개가 늘어날 전망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는 미시간과 오하이오에 있는 기존 공장을 현대화하는데 10억 달러를 들이고 일자리 2천 개를 만들기로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겼다"고 자축했다.

GM은 향후 수년 내 미국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1천500개를 만들고, 현대차그룹은 2021년까지 미국에 총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올해 68억 달러를 들여 신규 매장 59곳을 건설하고 일자리 1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의 경우에는 인디애나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고 일자리 2천 개를 없애려던 계획을 수정해 1천100여 개 일자리는 미국에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

다만 캐리어는 세제혜택을 약속받고 그 대가로 멕시코로의 이전 규모를 축소한 것이라 논란을 불렀다.

무기 생산업체 록히드마틴은 텍사스 생산시설에 추가로 1천800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차세대 F-35 '라이트닝 II' 스텔스 전투기의 납품 가격도 대당 1억 달러 이하로 낮추겠다고 몸을 숙였다.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 측과 접촉하며 에어포스원 가격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며 미국 소기업이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현 여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이 역으로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하게 만든 사례도 있다.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는 2015년 7월 트럼프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의 멕시코 이민자 혐오 발언으로 트럼프 남성복 관련 상품을 철거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은 이들이라면 메이시스를 보이콧하라"고 맞섰다.

메이시스는 지난해 말 쇼핑시즌에 매출 부진을 겪었고 결국 올해 1분기에 매장 63곳을 닫고 1만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이시스 감원이 자신들의 공이라고 자축하고 있다고 CNBC 방송 등은 전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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