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서 북한과 같은 조 편성
북한, 개최지 신청 때 국가 연주-국기 게양까지 수용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타이틀이 걸린 축구 대표팀간 경기로는 처음으로 북한 평양에서 남북대결이 성사될 전망이다.
한국 여자축구는 22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조 추첨 결과 북한,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와 같은 B조에 편성됐다. B조 예선 경기는 모두 북한 평양에서 치러진다.
예정대로 경기가 진행된다면 여자축구 대표팀은 오는 4월7일 북한과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대결을 벌이게 된다.
지금까지 성인 대표팀은 물론이고 청소년 대표팀까지 남녀를 통틀어 북한에서 타이틀이 걸린 남북대결이 성사된 적이 없었다.
한국이 북한에서 대표팀간 경기를 치른 건 1990년 10월1일 평양에서 친선전으로 펼쳐진 '남북 통일축구'가 유일하다. 한국은 당시 김주성이 한 골을 넣었지만 1-2로 패했다.
앞서 타이틀 대회 사상 첫 평양 남북대결이 이뤄질 뻔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북한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에 난색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제3국 개최'로 결정났고, 이 경기는 결국 2008년 3월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이어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남북이 한 조에 묶였지만, 평양 원정경기가 무산되고, 2008년 9월10일 역시 상하이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이번 여자축구에서 예정된 평양 남북대결은 정상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이 평양 원정을 가려면 통일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여자아시안컵 예선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대회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걸려 있어 정부가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
북한도 평양 개최에 적극적이다.
AFC가 여자아시안컵 예선 개최지 신청을 받았는데, 여자축구 강국인 북한은 평양 개최권을 따냈다.
북한은 남북 등 5개국이 평양에서 한꺼번에 경기하기 때문에 AFC가 규정한 국가 연주와 국기 게양을 모두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13년 2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으로 초청해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고, 그해 9월 평양에서 열린 역도 아시안컵 때는 한국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용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여자 아시안컵 예선은 홈앤어웨이 방식이 아니라 평양에서 다섯 경기가 모두 열리는 만큼 북한이 한국의 국가 연주나 국기 게양을 문제 삼을 가능성은 작다"면서 "북한이 아시안컵 예선 개최지 신청을 할 때는 그 부분까지 염두에 뒀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