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예' 文·安, 이젠 경쟁자…"우린 원팀" vs "내가 적장자"

입력 2017-01-22 17:35  

'盧후예' 文·安, 이젠 경쟁자…"우린 원팀" vs "내가 적장자"

文 "멋진 경선 기대" 맏형론 부각…安 "동생 다음에 하라면 빈정 상해"

安 출마선언에 강금실 등 친노 집결…'친문' 전해철·박남춘 참석 눈길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친노(친노무현)' 집안 식구였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대권티켓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무현의 왼팔'로 불린 안 지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노무현의 친구'이자 여론 조사상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각에서는 야권 유력주자로 이미 대세론을 형성한 문 전 대표와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안 지사의 경쟁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빗대기도 하지만, 안 지사는 "내가 적자이자 장자다. 형제의 빰을 때리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원팀(One Team)"이라고 안 지사의 대선 출마를 축하하는 등 친노 진영의 맏형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안 지사는 이날 출마선언 행사에서 문 전 대표 측근인 전해철 의원과 박남춘 의원이 축하인사차 참석한 것을 보고는 "문재인 캠프의 핵심리더인데, 여기에 왔다는 것은 안희정이 대세를 타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제가 대선자금 수사를 받을 때 변호사로서 저와 가장 많이 함께한 사람이다. 한번 변호사는 평생 변호사다. 저를 옹호해줄 것"이라고 했고, "박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인 2000년부터 저와 인연이 있다. 인연의 구력으로 봐도 문 전 대표보다 제가 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빠(문 전 대표의 팬)가 너무 세서 경선은 하나 마나'라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은 친노그룹을 너무 띄엄띄엄 알고 있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를 낙점했다는 시민들께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본인의 경쟁력을 재차 호소했다.

안 지사는 "저는 당이 감옥에 가라면 갔다"며 "문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도 숭고하고 헌신적 인생을 살았지만, 정당정치 영역에서는 제가 민주당의 적자이자 장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역전 가능성을 묻자 "저는 이 도전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다"며 "지려고 링 위에 오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이후로는 일체 '차차기 프레임'이 씌워지지 않도록 관심을 부탁한다"고 답했다.

안 지사는 "대통령이라고 쓰고, 임금님이라고 읽는 시대를 끝내자. 30년을 입어도 1년밖에 안 입은 것처럼 느껴지는 저 안희정, 정말 물건이지 않나"라며 "동생이니 다음에 (대통령을) 하라고 하면 제가 얼마나 빈정이 상하겠나. 문 전 대표와 똑같이 열린 마음으로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 지사의 부인인 민주원 씨는 "옛날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약간 왕자병이 있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전 장관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문재인-안희정' 경쟁의 신호탄이 오른 것에 대해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원팀(One Team), 언제나 동지"라며 "멋진 경선을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님의 출마선언을 환영한다"며 "후보가 누구든, 우리는 이긴다"라고 말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진을 함께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맏형으로서 후배를 다독이며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안 지사의 발언은 각을 세웠다기보다는 차차기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안 지사 측에 합류하며 '적통경쟁'이 조명되는 것에도 "참여정부 사람이라고 무조건 문 전 대표를 도우라는 법이 있나. 우리 당 대선주자라면 누구든 도울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는 일이라면 안 지사의 분발도 환영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도 이날 행사에서 "형제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 "사람간 우정과 우애를 훼손하지 않는 정치를 하고 싶다"며 선의의 경쟁을 부각했다.







문 전 대표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도 안 지사는 "페이스북 글을 봤다. 같은 도전자이다 보니 예전만큼 자주 전화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평소의 넉넉한 인품대로 좋은 격려 말씀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언급하며 "청와대를 세종로로 옮긴다고 하는데, 그걸 대안이라고 말했다면 너무 낮은 정책"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날 한 시민의 질문에 대해서는 "권력중심이 아닌 시민의 협력으로 운영되는 나라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 안에서) 캠핑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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