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M&A시장 활성화돼야 제대로 기능 가능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이 올해 2분기 중 도입된다.
현행 구조조정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처럼 부실기업 M&A(인수·합병) 시장이 제대로 발달해야 국내에서도 프리패키지드 플랜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의 대상은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하면 정상화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비금융채무나 악성 채무가 과다해 조정이 필요한 기업이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에 들어가는 기업은 일단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다.
이후 채권단 주도로 신규 자금지원 방안, 채무 조정안 등을 포함한 기업의 회생 계획안을 만들어 놓고 기업을 법정관리에 보낸다. 법정관리에 들어가자마자 회사를 살릴 방안을 재빨리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다.
법원이 채무조정을 마무리하고 법정관리를 종결하면 채권단은 기업을 다시 워크아웃 절차로 되돌려 놓고 신규 자금을 지원해준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으로부터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협약 채권 대상으로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외 금융기관 등 비협약 채권자는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워크아웃의 가장 기본은 기업에 새로 돈을 빌려주거나 빚 갚을 날짜를 미뤄주는 것이다.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도 단행한다.
법정관리는 개인과 해외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빚을 강제로 정리할 수 있지만, 채권단의 신규 자금지원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법정관리의 모든 채권자에게 적용되는 광범위한 채무조정과 워크아웃의 신규 자금지원 기능을 결합한 것이다.
미국에선 오래전부터 이용된 기업 구조조정 방식이다.
구조조정 법제를 연구하는 법학계에서도 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우리나라 부실기업 M&A 시장이 미국처럼 발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주체는 채권은행이 아닌 자본시장이다.
부실기업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이 워낙 많아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부실기업은 사모펀드(PEF) 등과 회생계획을 짜 연방파산법에 따른 회생(챕터11) 절차를 밟거나, 회생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청산(챕터7)에 들어간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미국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법원의 역할은 회생계획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공정한지 판단하는 데 그치며, 자본시장 플레이어(player)들이 기업을 M&A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며 "이런 시스템 아래 성공할 수 있는 것이 프리패키지드 플랜인데 국내에선 자본시장이 아직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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