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시간 임박 전까지 억류…일부는 금품주고 비행기 겨우 탑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지난달 멕시코시티에 있는 한국 공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국에 있는 본사 출장을 위해 멕시코시티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에서 출국 심사대를 빠져나간 뒤 겪은 불쾌한 경험 때문이다.
현지 이민청의 출국 심사를 마친 뒤 출발 게이트로 향하던 A씨에게 연방경찰이 접근한 뒤 달러를 얼마 가지고 있느냐며 막무가내로 A씨를 조사실로 끌고 갔다.
조사실에서 여권과 비행기 티켓 등을 보여주고 자금출처에 대한 질문에 성실히 답한 A씨는 갈수록 출국시간이 임박해지면서 초조해졌다.
자금출처에 대해 당당했던 A씨는 비행기 출발시각이 임박했다며 조사가 끝났으면 풀어달라고 호소한 끝에 가까스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22일(현지시간) 현지 교민사회와 주재원들에 따르면 연말연시를 맞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서 입ㆍ출국하는 한국인 등 동양인을 상대로 연방경찰이 자금출처 조사를 핑계로 임의동행한 뒤 시간을 지연시켜 애를 태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지 뇌물 관행에 익숙한 일부 교민들과 주재원들은 출국시간이 임박해지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연방경찰에게 소정의 금품을 주고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연방경찰의 위협적인 조사 분위기 속에 출국시간에 쫓겨 울며 겨자 먹기로 소정의 뇌물 성격의 금품을 주고 부랴부랴 비행기에 올라탄다는 것이다.
출장 후 멕시코시티로 돌아오던 길에 연방경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주재원 B씨는 "자금출처를 꼬치꼬치 묻길래 '회사서 준 월급'이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억류해 답답했다"면서 "위반사항이 없는데도 무슨 이유로 계속 붙잡고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강력히 항의한 후에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문화에 익숙하고 스페인어로 자금출처를 소명할 수 있는 교민과 주재원이 아닌 단순 여행객 등의 경우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언어소통 등의 문제로 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교민사회와 주재원들은 아에로 멕시코가 오는 5월 27일부터 한국으로 주 4회 직항 운행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왕래가 더 잦아진 한인들이 유사 피해를 더 겪게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경찰과 공무원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은연중에 만연해있다. 특히 한국인 등 동양인을 상대로 집중 단속을 벌여 법규 위반에 걸리면 엄청난 액수의 범칙금을 제시한 뒤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일부 경찰은 돈은 없다고 말하면 현금인출기까지 친절히 호위를 해주기도 한다.
일선 관공서에서는 급행료를 주지 않으면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 관급 입찰에 참여하려면 15%의 뇌물을 고려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돌기도 한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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