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시켰다는 부담 피하려 누더기 수정하다 악수 초래"
대전 수혜대상 2천명과 대비…다른 시·도 최소 200명 안팎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시 생활임금 조례가 혜택받을 대상이 없는 '빈껍데기 조례'가 됐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미 생활임금제를 시행하는 다른 시·도의 지원 대상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부산시의회 전문위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경우 2017년 생활임금 적용대상은 시 소속 498명을 비롯해 14개 출자·출연기관 459명 등 모두 2천14명에 달한다. 2017년 최저임금(6천470원) 대비 117.9%로 생활임금을 적용했을 때 수치다.
인천은 시와 사업소 근로자 등 339명이 적용 대상이다.
광주는 시·사업소 161명을 비롯해 출자·출연기관 272명, 소속 근로자 434명 등 모두 966명에 달한다. 광주는 생활임금 단가를 2015년 5월 도입 당시부터 최저임금의 130%로 높게 책정해 지원하고 있다.
충남도 도 소속 근로자와 출자·출연기관장이 직접 교용한 근로자 등 모두 468명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충남 처럼 적용 대상이 같은 전북은 818명에 달한다.
이 처럼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다른 시·도의 혜택 적용 대상은 최소한 200명 안팎에 이른다.
그러나 부산시 경제문화위원회는 지난 20일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를 놓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수혜자가 한 명도 없는 수정안을 만들어 24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했다.
심의 전에 상임위 안팎에서는 적용 대상을 부산시를 비롯해 공사·공단, 출연기관 소속 근로자로 시행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근로자는 부산시시설공단 129명, 부산지방 경륜공단 스포원 246명, 벡스코 39명 등 모두 570여 명에 이른다.
경제문화위는 지원 대상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 결국 '시 소속 근로자'로만 한정했다.
최저임금 대비 120%의 생활임금을 적용하면 고작 19명밖에 혜택을 보지 못한다. 이마저도 '국비 지원에 따라 일시적으로 고용된 근로자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적용하면 수혜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황보승희 경제문화위 위원장은 "출자·출연기관까지 확대는 아직 사전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고, 추가 재원확보가 담보되지 않아 임금을 올리면 오히려 기관들이 인원을 감축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의 조선·해운 위기 등 민간 부문의 사회적 여건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임금 단가를 시간당 8천200원까지 올리면 잠정 적용 대상자는 630여 명은 된다"고 해명했다.
시의회가 혜택 대상이 없는 생활임금 조례를 만든 것은 보수 성향의 서병수 시장의 입장을 맞춰 주려 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서울, 광주, 대전, 인천 등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 중 인천(새누리당), 경기(바른정당)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진보 성향의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다.
부산시 생활임금 조례안은 2015년 4월 정명희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에 의해 발의됐으나 한 차례 심의 보류됐다.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게 표면상 이유였지만 복지 문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부산시와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 조례안을 발의한 정 의원은 "상임위 의원들이 또다시 심의를 보류할 경우 안팎의 비난이 예상될까 봐 통과는 시키되 수혜 대상자가 없는 이상한 조례를 만들었다"며 "부산 시민들이 엄중하게 판단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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