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벼슬이 아니고 닭볏"…바른 우리말 전도사 나선 女공무원

입력 2017-01-23 11:07  

"닭벼슬이 아니고 닭볏"…바른 우리말 전도사 나선 女공무원

옥천군 정윤정 주무관, 13년째 올바른 한글 맞춤법 게시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닭이나 새 따위의 이마 위에 붙은 살 조각은 볏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닭 벼슬(鷄冠)이 아니라 닭 볏이 바른 표현입니다"






충북 옥천군청 공무원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한글 공부를 반복해야 한다. 군북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정윤정(45·여) 주무관이 내부 전산망에 게시하는 '우리말 사랑방' 때문이다.

그녀는 공문이나 각종 서류를 보다가 잘못된 표현을 발견하면 전체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전산망을 통해 바른 표기법을 알린다.

새내기 공무원 티를 벗은 2004년부터 시작한 일인데, 지금까지 게시글만 1천건이 넘는다.

그녀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국어학이나 한글 맞춤법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국어 교육 사이트인 '우리말 배움터'를 이용해 한글 맞춤법을 하나둘 익히면서 '전문가' 버금가는 실력을 갖췄다.

그녀가 한글 맞춤법에 관심을 쏟는 것은 공직사회에서 잘 못 쓰이는 말과 글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입찰에 부친다'를 '입찰에 붙인다'로 쓰거나 '회계연도'를 '회계년도'로 표기하는 오류도 흔하다.

'계약 맺다', '피해 입다' 등의 '역 전 앞'식 중복된 표현도 넘쳐난다.

정씨는 설을 앞둔 23일 게시글에서 '설 맞이'와 '설맞이' 중 바른 표현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리고는 '맞이'는 어떠한 날이나 일, 사람, 사물 따위를 맞는다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붙여 써야 한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녀는 행정문서를 작성할 때 습관적으로 한글 맞춤법 검색 기능을 활용한다. 그러고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인터넷 사전을 펼쳐 그때마다 올바른 표현을 익힌다.

이런 습관이 생긴 이후 그녀는 일상에서 눈에 거스르는 표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때가 많다.

"얼마 전 시장풍경을 취재한 지역신문 기사에 '시레기'라는 표현이 있었어요. '우리말 사랑방'에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것은 '시래기'가 맞고, 이것으로 끓인 국은 '시래깃국'이라고 한다고 곧바로 '지적질' 했지요"

그녀가 바쁜 일과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우리말 지킴이를 자처하는 것은 공직사회라도 바른 우리 말을 쓰자는 순수한 취지에서다.

그녀는 "간혹 동료의 실수를 지적하는 게 옳은가 하는 고민을 해보지만, 나의 지적질을 응원해 주는 동료들이 많아 힘을 내고 있다"고 수줍게 웃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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