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관계자들이 전하는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23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는 총알에 구멍이 뚫린 의사가운이 전시돼있다.
전남대 의대 정형외과 노성만 교수가 기증한 이 가운은 1980년 5월 21일 오후 8시께 전남도청에서 시위대에 밀려 외곽으로 철수하던 계엄군이 난사한 총탄에 의해 구멍난 것으로 기록관은 전했다.
가운을 기록관에 기증한 노 교수는 당시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학교병원 내 철재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대병원 의료진과 직원 사이에서는 5·18 당시 계엄군의 실탄사격에 대한 목격담이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다.
전형창 전남대병원 홍보팀장은 "계엄군이 잠시 시 외곽으로 물러나면서 병원건물을 향해 사격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4년 전쯤 병원건물 내외부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지금을 볼 수 없는데 총탄 자국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1980년 5월 전남대병원에서 일했던 의료인 A씨는 "당시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조선대병원, 기독병원에 총상을 입고 실려 온 환자들이 많았다"며 "그들이 치료받던 건물에 총탄이 빗발쳤다"고 연합뉴스에 증언했다.
A씨는 "어느 날에는 계엄군이 들이닥쳐 병원을 이 잡듯 뒤지고 다녔다"며 "지하에 조사실 같은 방까지 만들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환자들을 괴롭혔다"고 기억했다.
그는 "환자들이 누워있던 9층 병실 안으로 총알이 날아들기도 했는데 그날 헬기사격이 있었다"며 "건물 외벽에 상당히 많은 탄흔이 새겨졌다"고 떠올렸다.
A씨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목격한 일인데 왜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환자들에게 총탄을 난사한 계엄군의 잔혹함을 밝혀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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