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경찰 한인살해책임에 '면죄부'준 두테르테,외교갈등 자초하나

입력 2017-01-23 14:27  

比경찰 한인살해책임에 '면죄부'준 두테르테,외교갈등 자초하나

외국인 상대 극악범죄 눈감고 치안책임 경찰총수 생일잔치 참석해 '격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돈을 빼앗을 목적으로 한인 사업가 지모(53)를 납치·살해한 자국 경찰관들의 극악무도한 범죄로 사퇴 압박을 받아 온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현직 경찰관들에게 한국인 사업가가 납치됐고, 그것도 경찰철 본부에서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델라로사 경찰청장이 여론에 떠밀리다시피 해 사의를 표명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어이없게도 그 지휘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필리핀 안팎에서는 '무법천지'의 치안 부재에 대해 대통령 마저도 나몰라라하는 처사라며 비난 여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23일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1일 경찰청 본부에서 열린 델라로사 청장의 55세 생일잔치에 참석했으며, 그 자리에서 델라로사 청장이 현재 직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델라로사 경찰청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델라로사 청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며 델라로사 청장의 사임을 요구했던 판탈레온 알바레스 하원의장도 그의 생일잔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델라로사 청장은 불명예 퇴진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생일잔치에서 "경찰내 부패 인자들이 기존의 행태를 바꾸는 것이야 말로 내 유일한 소원"이라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오늘 당장이라도 사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찰청장 사의 반려는 우선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을 바꿀 수 없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던 이유가 자국 경찰관들이 한국인 사업가를 납치·살해한 것은 물론 그 이후 납치했다며 가족으로부터 돈까지 뜯어낸 추악한 범죄를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와 관련한 면죄부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테르테의 경찰청장에 대한 면죄부 결정은, 상대국인 한국을 '경시'한 태도로도 비칠 수 있어 양국 간에 외교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델라로사 청장의 유임 결정이 과연 적절한 조치였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한인 사업가 지씨가 납치돼 살해된 장소인 경찰청 본부에서 델라로사 청장이 두테르테 대통령 등을 초대해 생일잔치를 벌인 것은 "너무나 무신경한 행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씨는 작년 10월 18일 필리핀 중부 앙헬레스의 자택 근처에서 마약 관련 혐의를 들이대는 경찰관들에 의해 납치돼 마닐라 케손시의 경찰청 본부로 끌려간 뒤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의 시신은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소각돼 화장실에 버려졌지만, 범인들은 이를 숨긴 채 지씨의 가족들로부터 500만 페소(1억2천여만 원)의 몸값을 뜯어냈다.






경찰은 초동수사 결과 현직 경찰관 한 명이 이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으나 해당 경찰관은 상부의 지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은 17일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를 면담한 데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통화해 유감을 표명하고 자국 법무부 소속 국가수사국(NBI)이 경찰철 간부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 진척상황은 거의 없어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관들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이유로 경찰청장을 면직시킬 경우 이를 계기로 마약과의 전쟁 '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마약 범죄 근절을 천명했으며, 작년 6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약 7천명의 마약 용의자가 필리핀 현지 경찰과 자경단에 의해 사살된 가운데 야당과 종교계는 지나친 인권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부패 경찰관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이 준 용의자 즉결처분권을 무고한 시민의 목숨과 재산을 빼앗는데 악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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