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오리 수탁 사육 농장주, 행정당국에 진정
(진도=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동시다발로 퍼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책임을 사육농가에만 지우는 현행 체계에 영세 농장주가 단단히 뿔이 났다.
AI는 잠잠해졌지만 발생 원인, 전파 경로까지 모두 불분명한 상황에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후유증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전남 진도군에 따르면 진도 의신면에서 씨오리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살처분 보상금 배분 방식이 농가에 불리하다며 조만간 군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A씨는 B사와 위탁 사육 계약에 따라 씨오리를 키워왔지만 지난달 22일 농장에서 발생한 AI로 오리 1만5천마리를 살처분했다.
A씨는 "농장 주변에 철새도래지도 없어 전파 경로가 뚜렷하지 않고 올해 역대 최악의 AI 발생 상황에 비춰 농장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오히려 우리 농장 방역 상태는 진도에서 최고라고 자부하고 당국의 지도점검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료 차량이나 종란 수거 차량에 대한 교육은 B사가 해야 하지만 작업자들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실제 AI 발생 이틀 전 농장을 출입한 축산차량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진도군은 경찰에 차량 기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A씨는 "이런 상황인데도 살처분 보상금을 7(B사) 대 3으로 배분하기로 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일방적인 계약에 해당한다"며 "사육 농가들은 비슷한 불만을 품고도 오리 공급을 끊는 등 횡포가 두려워 호소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전남에서 AI가 발생한 20곳 중 B사 관련 농장은 5곳이다. B사 계열화 농장이 상대적으로 많아 발생량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계약이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체 간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행정당국의 해결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
진도군 관계자는 "A씨나 B사 모두 책임을 인정하기 쉬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상호 계약에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어 진정이 접수되면 절충안이 나오도록 중재해 보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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