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id it my way" 만학도들의 유쾌한 팝송 도전

입력 2017-01-23 15:21  

"I did it my way" 만학도들의 유쾌한 팝송 도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Hi hi hi beautiful Sunday, 라라라라라라"

다니엘 분의 'Beaufiful Sunday'를 부르던 학생들이 가사를 까먹어 멋쩍은 듯 음정만 흥얼거릴 때 객석에서는 더 잘하라는 박수가 터졌다.

23일 마포구 대흥도 양원주부학교 강당에서 열린 11회 양원 팝송대회에는 만학도들의 끼가 가득했다.

뒤늦게 영어를 배운 40대 후반∼70대 만학도 학생 16팀이 참가해 노래방 기기 반주에 맞춰 갈고 닦은 팝송 실력을 뽐냈다.

'Yesterday Once More', 'My Way',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Have a Dream' 등 귀에 익은 50∼70년대 미국 대중가요가 학생들의 노력으로 '재해석'돼 객석을 즐겁게 했다.

심사위원장은 음정과 박자, 부르는 이의 감정이 담겨 심장을 '쪼로록' 일률적으로 떨려 나가게 하는 바이브레이션 등을 심사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가창력 못지않은 퍼포먼스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보니 엠의 'Sunny'를 열창한 4인조 여성 참가팀은 강렬한 붉은 색 의상을 맞춰 입고 얼굴에는 태양을 그려 넣은 다음 '칼군무'를 선보여 좌중을 압도했다.

찬조공연에 나선 '몸치' 선생님들이 소방대원, 의사, 군인 옷을 입고 나와 'YMCA'에 맞춰 춤을 출 때는 뒤에 있는 관객이 의자에 올라가 구경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만학도들의 팝송 경연이어서인지 참가자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백발이 성성한 강영배(83) 할아버지는 'Love Me Tender'를 부르고 나서 같은 반에 있는 부인 전순정(79) 할머니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전 할머니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면서도 "우리 양반이 젊었을 때는 참 잘 불렀는데…"라며 내심 아쉬워했다.

김귀녀(65)씨는 암 환자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멋들어지게 'Cotton Fields'를 불렀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뒤늦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이 영어 가사를 한글로 바꿔 외우는 등 어설픈 노래 속에서도 그간의 노력과 고생이 느껴졌다.

김민준(62)씨는 "집사람이 불러준 노래를 휴대전화에 녹음해 틈틈이 들으면서 연습했다"면서 "잘 부르지는 못해도 일단 도전해서 팝송 하나를 불렀다는 데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선재 양원주부학교장은 "받아쓰기도 잘 안되는 학생들에게 팝송하라는 게 말도 안 된다는 학생들에게 '부닥쳐보자' 하고 시작했다"며 "억지로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모두 성공했다"고 이야기했다.

양원주부학교는 배움의 때를 놓친 성인 여성들의 학교로 한국전쟁 뒤 1953년 함경도에서 온 월남자의 자녀와 고아·극빈자에게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기 위해 세워진 일성고등공민학교의 후신이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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