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보고서' 은폐 논란…"슬쩍 넘어가"vs"모든 보고서 홍보하진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영국 정부가 중요한 기후변화 보고서를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후변화 자체를 불신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가 지난 18일 영국 기후변화 위험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음에도 가급적 대중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인디펜던트는 5년마다 한 번씩 발간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 이 보고서가 부처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을 뿐, 연설을 통해 발표되거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언론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영국 내 혹서(酷暑)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2천명인 현 수준에서 2050년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과 식량 공급에 심각한 위협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 홍수로 인한 사회기반시설의 훼손 가능성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처럼 중요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사실상 숨기려 했다고 비판했다.
런던에 있는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정책·홍보국장 밥 워드는 정부가 비밀이 무심코 튀어나오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다뤘다며 "몹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농무부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고 슬쩍 넘어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요한 이슈로 만들고, 최소한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이 주요 연설을 통해 이를 알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그린피스의 수석과학자 더그 패르도 "이번 보고서는 영국이 직면한 기후변화가 중대한 안보 위협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줬다"면서 "정부가 이 보고서를 슬쩍 피하기로 한 것은 곤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기후변화에 의심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각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내내 기후변화는 중국이 밀어붙이는 '사기'라고 주장했으며, 환경보호청장에 전임 대통령의 환경 규제를 반대해 온 인물을 낙점했다.
특히, 영국의 레드섬 에너지 차관이 기후변화를 불신해 환경론자들의 반발은 산 적이 있어 이 같은 의심을 키우고 있다. 그는 추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모두 설득당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정부가 발간한 모든 보고서를 언론 등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에 관한) 뉴스 스토리는 정부 공식 온라인 채널인 'gov.uk'에 게재됐으며 이는 이 같은 보고서가 나왔을 때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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