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말이 '시가' 판매 식당·계란 없이 전 부치는 법도 등장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원은지 주영선 인턴기자 = "계란 프라이는 완숙 괜찮으세요?"
지난 23일 점심을 위해 춘천시 조양동의 한 단골 레스토랑을 찾은 직장인 이모(32) 씨에게 종업원이 물었다.
이 씨가 주문한 요리는 일본식 소고기덮밥으로 촉촉함과 고소함을 위해 '반숙'으로 넣는 것이 정석이지만, 종업원은 웬일인지 계란의 익힘 정도를 물었다.
이 씨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종업원은 "AI 사태 이후 반숙을 꺼리는 손님들이 있어 주문 시 반숙과 완숙 중 고를 수 있도록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처에 있는 한 카레 전문점도 마찬가지다.
AI 이후 10명 중 2∼3명은 바싹 익힌 계란프라이를 찾는 탓에 주문 시 익힘 상태를 묻고 있었다.
가게 주인은 "가끔 반숙은 찝찝하니 완숙으로 바꿔달라는 손님이 있다"며 "AI 이후 계란을 익혀 먹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와 달리 실제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장에서는 계란이 생산되지 않는다.
발생 위험이 큰 지역에서 사육되는 닭, 오리는 물론 식용란과 종란도 이동 통제하고 살처분 매몰 또는 폐기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될 일이 없다.
그러나 온라인에는 '반숙은 불안하다', '계란프라이 먹으려다 피가 묻어나와서 버렸네요. 다른 것도 괜찮을까요?', '명절 때 시골에 반려동물 데려가려고 하는데 AI 발생지 근처라 걱정되네요' 등 우려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상 최악의 AI 확산으로 이 같은 우려는 물론 계란 가격 폭등으로 인한 웃지 못할 이야기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계란말이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계란말이 가격을 '시가'로 표시한 한 식당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무슨 횟집인 줄 알았다, '사장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계란 없이 전 부치는 법'도 등장했다.
두부와 강황 가루를 이용해 비슷한 맛과 색감을 내거나 떡국의 지단으로 올라오는 계란 대신 유부를 추천하는 식이다.
주부 송모(55) 씨는 "30년 차 주부인데 이런 방법은 처음"이라며 "나중에 계란이 없을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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