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학생들 "학력연계 프로그램, 꿈 찾는 디딤돌 삼을것"

입력 2017-01-23 18:12  

학교밖 학생들 "학력연계 프로그램, 꿈 찾는 디딤돌 삼을것"

학업중단 학생들, 검정고시 없이도 학력인정 받을 길 열려

(춘천=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학력연계 프로그램으로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이틀 전에 듣고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기분이었습니다"

23일 강원도 춘천의 신촌정보통신학교(춘천소년원)의 교실에서는 20여명의 남학생들이 가발을 앞에 두고 커트·펌·드라이 실습에 빠져 있었다.

헤어디자인반에서 숙련된 손놀림을 뽐내는 이들 가운데는 미용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아온 학생들도 있다.

법원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전국 10개 소년원학교에서 생활하며 사회 복귀를 준비한다.

이 가운데 114명의 남학생이 직업훈련을 받으며 함께 생활하는 신촌정보통신학교에서는 요즘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도 중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이 화제다.

자격증을 따는 것과 별개로 학생들의 마음 한편에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14명 가운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9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니다 미처 학업을 끝내지 못하고 소년원에 들어왔다.

이들은 강원도교육청이 올해부터 실시하는 '학력연계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에 공부했던 경험을 인정받으면서 직업훈련이나 온라인 강의를 통해 중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초·중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면 학교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 이상 검정고시를 봐야 했다.

예를 들면 중학교 3학년을 다니다가 공부를 중단한 경우 1학년 또는 2학년을 중퇴한 학생과 똑같이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쳐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2년간 수업했던 것을 인정받고 온라인 강의나 직업훈련 교육을 나머지 필수·선택과목 이수 시수로 인정받아 중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할 수 있다.

짧게는 6개월 이하인 보호처분 기간 안에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도, 동급생들이 이미 다음 학년으로 진학한 상황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여의치 않았던 학생들은 직업훈련 시간도 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넉 달째 헤어디자인반에서 미용 기술을 배우고 있는 A군은 "중학교 3학년을 미처 다 마치지 못했는데 며칠 전 학력연계 프로그램으로 중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기뻤다"고 말했다.

A군은 "미용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고, 사회에 나가서는 고졸 검정고시를 치른 뒤 음악 공부를 하고 싶다"며 "학력연계 프로그램이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력을 인정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력연계 프로그램으로 수업 시수를 채우면 원래 다니던 학교의 이름이 찍힌 졸업장을 받고 싶다는 소망과 장학금을 받고 싶다는 소망 등도 함께 전했다.

이날 신촌정보통신학교를 찾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여러 이유로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사례를 그간 충분히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학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 기회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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