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 엄마의 86% "둘째 원해"…둘째 계획 있다 35%·미루고 포기 51%
서울여성가족재단 보고서…"경제적 부담과 직장 차별·불이익으로 주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상당수가 2명 이상 자녀를 낳고 싶어 하지만,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불이익이라는 장벽에 막혀 모성(母性)을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 기혼여성의 추가출산 영향요인 분석을 통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서울에 거주하며 출산한 경험이 있는 기혼여성 500명을 설문한 결과를 분석했다.
조사결과 이들의 평균 희망 자녀는 2.1명이지만 실제 자녀는 1.4명에 그쳤다.
현재 자녀가 1명인 여성의 86%가 2명 이상의 자녀를 희망했고, 자녀가 2명 이상인 여성의 25%는 3명 이상의 자녀를 희망하는 등 '엄마'들의 추가출산 욕구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후 5년 안에 임신·출산계획이 있는지 묻자 35%만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미루고 있다"는 여성은 29%, "계획이 전혀 없다"는 여성은 22%, "잘 모르겠다"고 답한 여성은 13%였다.
임신·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39%가 출산비용 및 미래 보육·교육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고,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24.5%), 임신·출산으로 인한 직장·사회에서의 불이익(13.6%)을 우려해 둘째 갖기를 주저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의 60%는 출산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압박을 가중하는 요인은 주택 문제로 파악됐다.
기혼 가구의 61%는 부채를 안고 있고, 부채 원인은 주택마련(51%)과 전세금 마련(32%) 등 대부분 '내 집 마련' 때문이었다. 부채가 있는 가구의 94%는 부채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직장 내 차별도 임신·출산을 꺼리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임신·출산으로 인해 직장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여성이 절반을 넘어 53%에 달했다.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은 68%로 더 올라갔다.
정규직 여성의 경우 승급·고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답이 41.1%로 가장 많았고, 비정규직 여성은 퇴직권고·부당해고를 경험했다는 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이런 실태에도 직장 안에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할 부서·내규가 있는 경우는 33%에 그쳐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별을 경험한 비정규직 여성의 94%가 이후 출산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차별에 의한 상처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출산으로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는 실태도 확인됐다.
자녀가 1명인 여성 가운데 출산 전 정규직이던 자리를 출산 후에도 유지하는 비중은 53%로 나타났다. 나머지 12%는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복귀했고, 31%는 노동시장에서 아예 퇴출당했다.
노동시장으로 복귀하지 못한 여성의 89%는 일을 그만두면서 소득이 감소해 가계경제에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남성의 가사·육아 부담도 여전히 부족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자녀 양육에 대한 시간 투자와 책임을 대부분 여성(75%)이 지고 있었고, 남편은 3% 비중에 그쳤다. 여성 가운데 79%가 "남편의 돌봄 참여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여성의 76%가 양육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양육 스트레스 비율이 80%로 휴직여성(65%)이나 비경제활동여성(73%)보다 높았다.
직장 내 유연근무제,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족양립을 위한 제도가 있지만 28%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이유가 아닌 직장 상사나 주변 동료들의 눈치(47%) 때문이었다.
임신·출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보육시설 확충'(20%), 임신·출산 비용 지원(19%),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마련 및 사용보장(16%), 탄력근무 활성화(14%) 등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재단 장진희 연구위원과 박성준 위촉연구원은 출산·육아 여성 차별기업에 대한 페널티 부여, 단계별 육아휴직급여 지원, 육아휴직 복귀 지원서비스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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