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눈물의 설빔 '양말'…불황에 요즘 불티나게 팔려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40대, 50대 중장년층은 어린 시절 설빔으로 양말을 선물로 받아본 경험이 적지 않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설빔으로 옷을 사주고 싶었지만 수중에 돈이 없어 양말로 자녀들을 달래곤 했다.
당시 자녀들은 옷을 기대했다가 양말을 확인하는 순간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눈물을 흘리곤 했으나 부모님의 사정을 잘 알기에 투정을 계속 부리기도 어려웠다. 새 양말을 신을 수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40∼50년이 지난 지금 청탁금지법과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올해 백화점·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설 선물로 양말, 커피세트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용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970~1980년대 유행한 명절 선물이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셈이다.
◇ 1960년대 최고 선물 비누·조미료…2017년 다시 '인기'
24일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1960년대 가장 주목받은 선물은 비누·설탕·조미료·통조림 등 생필품과 가공식품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산업화' 이전이라 생활에 꼭 필요한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 시대인 2017년 올해 설에도 롯데백화점에서 가공식품과 생필품 선물세트 매출은 작년보다 37% 이상 늘었고, 이마트에서도 통조림과 조미료 선물 판매가 각각 6.3%, 1.2%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명절 선물을 처음 백화점에서 사기 시작하고, 신문에 명절 백화점 설 선물 광고가 등장하던 시절의 선물이 다시 조명받는 셈이다.
◇ 1970년대, 커피 전성시대
1970년대에는 산업화와 함께 공산품이 본격적으로 생산, 주요 선물 상품군이 생필품에서 기호품으로 옮겨갔다.
특히, 명절 선물로 당시 대표적 기호품 '커피세트'가 처음 등장했는데, 다방 문화 확산과 함께 당시 커피세트는 백화점 명절 선물 매출 가운데 설탕과 조미료 세트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40년이 더 지난 올해 설에도 커피세트는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롯데마트에서 커피 선물세트 매출은 작년보다 5.6% 늘었다.
◇ 1980년대, 양말·넥타이·스카프 각광
올해 롯데마트의 설 선물 중 양말세트 판매는 작년의 두 배 이상(105.7%↑)으로 급증했다. 이마트에서도 양말세트 판매는 3.9% 증가했다. 이런 양말세트의 인기는 1980년대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본격적인 경제 성장이 이뤄진 1980년대에는 양말·넥타이·스카프 등 잡화 상품군이 '보편적' 명절 선물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이 시기에는 정육, 고급 과일, 참치·통조림 등 식품 선물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참치·햄 통조림 등 가공식품의 경우 1990년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때 판매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최근 불황과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다시 '가장 합리적 가격과 품질'의 선물로 사랑받고 있다.
◇ 1990~2010년대, 건강식품·수입제품 인기
1990년대 이후로는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곶감·버섯 등 특산물과 홍삼 등 건강식품 선물세트가 인기 명절 선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건강식품의 인기는 올해까지 이어져 롯데백화점의 올해 설 건강식품 선물 매출은 작년보다 14.2% 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웰빙' 바람을 타고 와인 선물세트가 많이 팔리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식용유 대신 올리브유가 급부상했다.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식품 첨가물을 최소화한 한우·갈치·젓갈 세트도 등장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젊은 세대와 1인 가구를 위한 상품이 속속 선보였고, 프랑스산 소금이나 일본 과자 등 수입 조미료나 국내외 디저트 상품도 새로운 명절 선물세트로 소개됐다.
실제로 신세계몰에서는 올해 설 선물 가운데 소스, 오일, 드레싱, 수입 쿠키와 같은 가공식품 매출이 지난해의 3배로 불어났다.
도상우 롯데백화점 식품 부문 수석바이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기 있는 선물세트는 꾸준히 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실속 선물세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산업화 시대인 1960~7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공식품과 생필품 선물세트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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