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 TPP 탈퇴서명에 '표정관리'…애써 신중한 반응

입력 2017-01-24 10:46  

中, 트럼프 TPP 탈퇴서명에 '표정관리'…애써 신중한 반응

중국매체들 "美무역정책 급변…트럼프 힘자랑"이라고 보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다자 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으로 선언하자 중국은 애써 표정관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버락 오바마 전 미행정부의 중국을 배제한 TPP 드라이브에 강하게 반발해온 중국은 정작 트럼프 새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TPP 탈퇴를 선언한데 대해선 반기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아직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언론매체들은 24일 "미국의 무역정책이 급변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향후 추이에 주목했다.

중국 내에서 이런 반응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향후 양자 무역을 기반으로 한 보호주의를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며 첫 타깃으로 대미 최대 무역 흑자국인 중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단 조심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외에 매체들의 반응은 여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힘자랑하고 있다는 혹평도 나왔고 미국과 함께 TPP를 주도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행정 명령 서명을 긴급으로 타전하며 "트럼프의 이번 서명은 미국 의회가 아직 승인하지 않아 상징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만 이런 행보는 새 행정부가 기존의 미국 무역정책에서 실질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백악관이 미국 노동자를 우선으로 하는 무역 협상을 추진하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거나 무역협정을 어기는 국가들에 대해선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발언을 주목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국을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 국가로 보면서 중국산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환율 조작국으로 선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걸 의식한 반응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트럼프가 최근 미국 대기업 대표들과 만나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이전할 경우 막대한 국경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려하면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들은 트럼프의 이런 내부 지향적인 정책과 보호주의가 세계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미국이 TPP를 철회해 미국 무역정책이 다자에서 양자로 신시대를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에게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한 뒤 중국과 관계는 어떻게 될지 묻자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 상품과 서비스에 큰 시장임을 알고 있지만 여러 상황을 볼 때 서로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많은 중국 기업과 중국인들이 쉽게 미국을 방문해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미국산 제품, 서비스, 금융업, 지적 재산권 등에 제약이 있어 미국은 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은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선포에 대해 "트럼프가 힘자랑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TPP 탈퇴에 서명한 데는 두 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첫째는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것이며 둘째는 힘자랑을 하면서 새 정부의 집권 포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랑망은 별도 평론을 통해서 "트럼프가 TPP에서 탈퇴할 수 있지만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를 비난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트럼프의 TPP 탈퇴 서명 때문에 그동안 TPP를 주도했던 아베 총리의 꿈이 날아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TPP를 통해 탄생하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공동경제권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이런 계획이 물거품 됐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매체 '이머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확대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봤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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