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요? 사랑이죠" 14남매 키우는 김정수·함은주 부부

입력 2017-01-3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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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요? 사랑이죠" 14남매 키우는 김정수·함은주 부부

9남 5녀 자녀에 노모·여동생까지 모두 22명 한 집에 살아

"대가족 생계 힘들지만, 배려하고 나누는 습관 절로 체득"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사는 김정수(56)·함은주(46·여) 부부는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금 어려운 형편에도 화목한 가정을 이룬 '다둥이 아이콘'이다.

2012년 12명의 남매를 낳아 키우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굉장한 화제를 몰고 온 부부다. 이후 2명의 아이를 더 낳아 지금은 14남매가 됐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23일 찾아간 김씨 부부의 집은 마치 유치원처럼 시끌벅적했다.

지난해 7월 태어난 신생아 14번째 영도가 안방 아랫목에 누워있고, 그 주변에서 대여섯 살 먹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낯설기까지 했다.

김씨 부부와 9남 5녀의 자녀, 여기에 노모와 김씨의 여동생, 결혼한 큰아들·셋째 아들 부부와 이들이 낳은 자식 4명까지 포함하면 이 집에서 총 22명이 살고 있다.

이날은 대학교와 직장에 다니는 첫째·둘째 딸과 둘째 아들이 빠졌다.

요즘같이 애 하나 키우기도 벅찬 시대에 14명이나 되는 대가족을 이룬 비결을 묻자 김씨 부부는 한목소리로 "사랑이 넘쳐서 그렇죠"라고 답하며 쑥스러워했다.

김씨 부부도 다른 여느 일반 부부처럼 '아들 하나 딸 하나' 라는 가족계획이 있었다.

자식 2명만 낳아 잘 키워보려고 했던 것이 어찌하다 보니 14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제가 딸을 원했는데 첫째부터 셋째까지 줄줄이 아들이 태어났다. 결국, 4번째 만에 딸을 낳고 더는 낳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후 임신한 아이를 낙태하려고 산부인과를 아내 같이 갔는데 '하나의 소중한 생명인데, 죄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애를 낳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후 자연스럽게 애들이 생기면서 1990년 첫 아이를 시작으로 2012년 12번째 영훈(6)이까지 낳았다. 영훈이가 끝인 줄 알았는데 2명의 아이가 더 생기면서 9남 5녀의 대식구를 이루게 됐다.

김씨 부부는 어려운 생활형편이지만 아이들 모두 잘 자라준 게 고맙다고 했다.

이 가족의 생계는 아버지 김씨가 거의 혼자 책임진다. 물류센터에서 밤에 물건을 차에 싣고 받는 하루 일당 8만원이 전부다.

워낙 식구가 많다 보니 쌀 100㎏도 한 달이면 거의 동난다. 특히 요즘처럼 방학이어서 아이들이 온종일 집에 있을 때는 생활비가 더 들어간다.






지금은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 첫째·셋째 아들이 돌아가며 쌀을 대고 있다. 이마저도 김씨 부부는 아들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김씨의 14남매는 지금까지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옷도 형과 누나, 언니가 쓰던 걸 동생들이 물려받았다.

과자를 먹어도 쟁반에 쏟아 넣고 모두가 둘러앉아 나눠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기 용돈을 벌고 생활비도 보탰다.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자라서인지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경제관념이 생겼다.

방이 4개뿐인 집에서 함께 어울려 생활하면서 배려하고 나누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김씨 부부는 남들에게 나쁜 소리 듣지 않고 가출 한 번 하지 않은 아이들이 늘 고맙다고 했다.

엄마 함은주씨는 "절대로 형제자매끼리 싸우지 말라고 교육을 했어요, 사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뭐하러 애들을 많이 낳았느냐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말도 들려서 가슴이 아플 때가 있다"면서 "애들 많으니까 싸우기만 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우애를 많이 강조하며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애들이 '내리사랑'을 알아서인지 큰 애가 작은 애를 보살피고, 힘든 엄마, 아빠, 할머니를 도와 여러 가지 일을 스스로 잘한다"면서 "궂은일도 솔선수범해서 잘한다고 학교 선생님들이 좋게 평가해 줄 때 정말 기분이 좋고 키운 보람을 느낀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걱정도 크다.

아이들이 점점 크면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이 점점 많아져 부담된다.

아이들의 교통비만 한 달에 30만∼40만원이 들어가고 학교급식이나 수학여행 경비도 만만치 않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여서 받던 정부지원도 성인이 돼 수입이 생긴 아이들이 생겨나면서 2015년부터 더 이상 혜택을 볼 수 없게 된 것도 생활에 타격이 컸다.

2012년 '12남매 가족'이라는 사연이 일부 방송에 소개된 뒤 이어졌던 후원품도 1년 뒤 끊겼다. 현재는 한 복지재단에서 매달 보내주는 쌀 한 포대가 전부다.

김씨는 "사실 저희에게 쌀과 옷을 보내주신 분들이 잘사는 분이 아니라 저희처럼 어려운 가정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분들도 1년이 지나면서 힘드시니까 후원을 끊으신 거죠"라면서 "그분들의 도움이 있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아이들이 많으니 살아가는 게 조금 힘들다"면서 "애를 안 낳는 요즘에 우리처럼 많이 낳아 키우는 가정에 정부에서 조금이라도 혜택을 주면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큰 보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4남매 김씨 부부의 사연을 알게 된 용인시는 정찬민 시장이 집을 방문해 격려한 뒤 세탁건조기를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복지단체 등과 연계해 후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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