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한파 속 80대 치매 노인이 실종된 지 11시간 만에 인근 주택 난간에 낀 채 무사히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지난 23일 오전 7시 50분께 전남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30)씨는 "20여 년 전부터 치매를 앓던 할머니가 밤에 가족들이 잠든 사이 집을 나간 것 같다. 꼭 좀 찾아달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B(81) 할머니는 가족들이 잠들기 전인 전날 오후 10시까지는 집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후 행적이 묘연했다.
이날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목포에도 눈이 내리고 기온도 영하 4.1도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경찰은 할머니를 찾기 위해 수십을 동원해 인근 CCTV를 확인하고 골목과 일대 빈집 등을 수색했다.
신고 11시간만인 23일 오후 5시 50분께.
한 경찰관이 할머니 집으로부터 불과 세집 건너 주택 2층 계단 난간에 웅크리고 있던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는 외투도 입지 않은 채 고무줄 바지와 꽃무늬 티셔츠 차림으로 추위에 떨고 있었다.
벽돌로 만든 난간 구멍에 몸이 끼어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었다.
경찰은 할머니를 난간에서 구조해 인근 주택에서 빌린 담요를 씌운 뒤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에 이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눈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져 큰일 날 뻔했다. 치매로 집이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셨지만, 의식이 선명하고 건강에 특별한 이상도 없다고 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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