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지도자 역할 중요"…설 이후 천주교 방문키로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개신교 관련 단체를 잇달아 방문, 불교에 이은 종교지도자 예방 행보를 이어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을 찾았다.
지난 20일 조계사에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면담한 이후 두 번째 종교단체 방문이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이후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한다.
반 전 총장은 개신교 단체 방문에서 "종교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개신교에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폈다.
그는 "종교가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분열된 상황, 민족 화해와 통합, 건전한 시민 정신을 함양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념적, 계층적, 세대 간 벌어지고 있는데, 조금 표현이 과격한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이 갈기갈기 찢어진 상황"이라며 종교계의 역할을 거듭 당부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이 방문한 개신교 단체들은 국내 종교계에서 이념적으로는 비교적 보수 쪽에 가깝다고 평가받는다.
이들 단체 지도자들은 반 전 총장에게 "힘내시라"고 격려하거나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인 김영주 목사는 반 전 총장의 언행이 구설에 오른 데 대해 "호된 신고식을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그러자 반 전 총장은 "말씀이 격려가 된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한국교회연합 명예회장인 김윤기 목사는 "정권교체보다는 정치교체"라며 "이런 대결·갈등 국면을 수습하기 위해선 특히 기독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가 "지금 방문한 건 도와달라고 방문한 거 아니냐"고 묻자 반 전 총장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지도력을 부탁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만난 자리에선 반 전 총장이 외교관 시절 '채플(개신교의 예배)'에 꼬박꼬박 참석했다는 게 화제로 올랐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는 지난 1982∼1992년 미국에 있을 때 영사관 직원들을 상대로 매주 채플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목요일마다 예배드리거나 설교할 때 (반 전 총장이) 나오셨다"고 하자 반 전 총장은 "제가 총영사 때인가 보다. 총영사 때 교회 다녔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1987년부터 3년 동안 주(駐) 미국 참사관 겸 총영사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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