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우선주의' 대응…'준비된 대통령' 이미지 강화 포석
'국민외교시대' 강조…比한인피살 언급하며 "黃·외교부 뭐하는 사람들이냐"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4일 미국 트럼프 시대의 격변기를 맞아 '국익우선 외교'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표방해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응하는 키워드다. 자국 이익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맞서 한국 외교의 자원을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사하겠다는 좌표를 제시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외교안보기조는 이날 대선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정책공간' 주최로 열린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좌담회에서 소개됐다. 지난달 26일 '책임안보, 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힌 바 있는 문 전 대표가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계기로 긴급하게 좌담회를 개최한 것은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영향력이 크다는 인식에서다.
문 전 대표는 좌담회 직후 취재진에게 "오늘은 외교안보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우리 외교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안보 정책은 따로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가 최근 권력기관 개혁과 일자리 정책 발표에 이어 트럼프 정부 대응 외교 기조를 발 빠르게 내놓으면서 대선 '일등 주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기 대선이 임박하면서 각종 현안에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자신의 입장을 공개하면서 '안정되고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가 밝힌 트럼프 시대 한국 외교 대응 방향은 국익우선외교, 맞춤형 협력외교, 책임안보를 위한 외교, 통상외교 강화 등 4가지로 압축된다.
트럼프가 '쇄국'을 통한 자국 이익 극대화에 나선 마당에 우리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을 중심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그 요체다.
특히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궁극적으로 우리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기조로 '트럼프 파고'를 당당하게 돌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방위비 분담 인상을 미국이 요구할지 모르지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한국만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도 결합해 있는 만큼 그런 점을 내세우면서 우리 국익을 지키는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 '국민성장'이라는 깃발을 들고나온 문 전 대표가 이날도 "국민외교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국민'이란 키워드를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 국민 없는 정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문 전 대표가 이날 필리핀 한인 피살 사건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직 경찰까지 가담했고 사건이 경찰서 건물에서 버젓이 벌어졌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더 충격적인 것은 필리핀 내에서조차 퇴임요구가 빗발친 경찰청장에게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무 책임도 묻지 않고 그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로, 외교적으로 이런 무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정부는 법치주의에 입각해 우방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며 "이처럼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는데 아무 문제 제기도 없는 황교안 권한대행과 외교부는 뭐하는 사람들입니까.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인 국가의 책무를 지금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문 전 대표는 빨라진 대선 시계에 맞춰 조만간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정교한 정책을 비롯해 각 분야 정책 공약도 잇따라 공개할 방침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설 이후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며, 성장산업과 복지 분야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수혁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석동연 전 재외동포영사대사, 신봉길 전 주요르단 대사,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 등 외교관 출신 인사들과 송영무 전 해군총장, 박종헌 전 공군총장, 방효복 전 육군차장,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 등 군 출신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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