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연속 1천억달러 규모 M&A…"IoT·자율주행차 등 신성장기술 확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015년 페달을 밟기 시작한 세계 반도체시장의 인수합병(M&A) 열풍이 2016년에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이 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분야로 눈을 돌리면서 기술확보 전쟁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6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이뤄진 M&A는 985억달러(약 115조원)에 이른다.
2015년에 이뤄진 M&A는 1천33억달러(약 121조원)로, 2년 연속 1천억달러 안팎의 M&A가 이뤄졌다.이는 직전 5년간인 2010∼2014년의 연간 평균 합병가치(126억달러)의 8배에 달하는 것이다.
최근 2년간 반도체시장에서는 빅딜이 연이어 등장했다. 역대 M&A를 통틀어봐도 이때 성사된 거래가 상위 1∼4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퀄컴은 네덜란드의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NXP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채무를 제외한 인수 금액은 390억달러(약 45조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모바일 기기용 칩에 주력해온 퀄컴이 NXP를 품에 안고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했다.
두 번째로 큰 계약은 2015년 5월 싱가포르의 아바고가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3조)에 산 것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업체인 ARM을 320억달러(약 37조)에 인수했다. ARM은 사물인터넷 반도체의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의 데이터저장업체 웨스턴 디지털은 2015년 10월 플래시메모리 디스크 제조사인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2조원)에 인수했다.
IC인사이츠는 "성장이 둔화한 스마트폰, PC, 태블릿 대신 IoT, 웨어러블 기기, 자율주행차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흐름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손'은 미국이었다. 미국 기업이 평가액 기준 M&A 절반 이상(52%)을 주도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2위(23%)였고 이 중 중국이 4%를 차지했다. 일본(18.4%), 유럽(6.8%)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더는 인수할 만한 우량기업이 거의 없고, 인수 여력이 있는 기업은 대부분 필요한 거래를 마쳤기 때문에 M&A는 이제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M&A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ARM을 손에 넣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앞으로 닥칠 정보혁명은 엄청난 기회"라며 1천억달러 상당의 펀드를 조성, 대형 M&A에 마음껏 나서겠다는 뜻을 공표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메모리 시장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M&A보다는 자체 시설투자에 집중하거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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