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관심 반영…딸 정유라나 '측근 인사' 함께 썼을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것이라고 검찰이 결론 내린 태블릿PC에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뿐만 아니라 각종 기사를 캡처한 사진이 무더기로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태블릿PC에 대한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 결과 100건가량의 각종 기사 캡처 사진이 저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캡처된 기사 중에는 연예 기사가 가장 많았고, 주요 선거와 관련한 기사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태블릿PC를 쓰던 최씨 혹은 최씨의 측근 인사가 관련 기사들을 캡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씨의 관심 분야인 정치 쪽의 선거 기사 외에도 연예 기사가 주종을 이룬 사실을 두고 이 태블릿PC를 최씨 딸 정유라(21)씨가 함께 썼을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 이어 재판 과정에서도 "태블릿PC를 전혀 사용할 줄 모른다"며 이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최씨 변호인은 24일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에게 고영태 전 더블루K이사와 노씨가 함께 짜고 최씨의 노트북에서 청와대 문건과 자료 등을 빼내 이 태블릿에 저장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노씨는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설사 최씨가 태블릿PC 사용에 능수능란하지는 않았어도 그가 딸 정씨나 비서 등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이 태블릿PC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 최순실 태블릿PC' 격인 이 기기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국정 농단 의혹 수사 초기 최씨가 비밀리에 운영하던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종합편성채널인 JTBC는 고영태씨의 책상 서랍에서 이 태블릿PC를 발견해 국정 문건이 다수 포함된 사실을 보도하고 나서 검찰에 이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최씨 변호인은 재판에서 노씨에게 "고영태가 책상 속에 태블릿과 카메라를 넣어놓은 것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노씨는 "(고씨가) 카메라를 놔두고 온 것을 최근에 저한테 말했다"고 답했다. 태블릿 얘기는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태블릿PC에 최씨 가족모임에서 찍힌 사진이 다수 포함된 점, 위치 추적 결과 태블릿PC의 위치가 독일·제주도 등 최씨의 동선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점 등을 바탕으로 최씨의 것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최근 재판에서 이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청와대와 정부 문서들이 자신이 최씨에게 보내준 것과 일치하며 다른 이에게는 같은 자료를 준 적이 없다고 진술해 사실상 검찰 측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밖에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 집에서 일한 가사도우미 등 주변 관계자들로부터 최씨가 태블릿PC를 집에 놓고 자주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와 별도로 최씨 조카 장시호(구속기소)씨로부터도 최씨가 사용하던 것이라는 '제2 태블릿PC'를 제출받아 최씨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는 최씨와 황성수 전무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최씨와 독일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에 승마 지원을 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도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최씨 측은 두 대의 태블릿PC가 여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관에 검증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태블릿PC를 전혀 쓸 줄 모른다는 것이 최씨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태블릿PC의 실물을 보여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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