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집 '썰렁'…채소가게 앞에선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 돌려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떡 주문량이 작년 추석 때보다 3분의 1로 줄었어요. 경기가 나빠지는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4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전통시장은 장날을 맞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올해 겨울 들어 최강 한파에도 생선가게와 분식집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과일가게나 정육점, 떡집 등은 발길이 뜸해 대비를 이뤘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제사용 생닭을 파는 곳은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설빔용 아동복 등을 파는 옷가게는 가격을 묻는 사람조차 없을 정도였다.
이제 막 따끈따끈한 가래떡을 뽑은 떡집 앞에는 금세 손님이 몰렸지만, 한 팩씩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떡집 주인은 "이제는 제사용 편을 한 말씩 많이 하지 않고, 명절 전날 조금씩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채소 가게 앞에서는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거나,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오이는 개당 1천원에서 1천500원까지 하는 곳도 있었고 쪽파는 한 단에 6천원, 밤고구마는 4개에 5천원, 시금치는 한 근에 4천원, 양파는 6개에 3천원 하는 등 채솟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윤 모(63·여)씨는 "오이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다 보니 기름값 때문에 많이 올랐다"며 "다른 채소는 생각 만큼 많이 오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확연히 달랐다.
정육점에서 한우를 사려던 한 아주머니는 가격만 묻고는 그냥 돌아섰으며, 10뿌리가 채 되지 않는 달래 한 소쿠리가 3천원이라는 말에 너무 비싸다는 듯 탄식을 내뱉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세종시에 사는 강순희(58)씨는 "제사용품을 준비하려 재래시장이 좀더 싸지 않을까 해서 왔는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생선 몇가지만 샀다"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 주인은 잘 말린 곶감을 보기 좋게 진열하기도 하고, 방앗간 주인은 가래떡을 뽑는 와중에도 연신 가게 밖을 내다보며 손님이 오길 기다렸다.
그래도 전통시장만의 강점인 '착한 가격'과 '덤'은 여전히 손님의 눈길을 끌었다.
1천원에 3개인 호떡집 앞에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짜장면 한 그릇에 2천500원하는 중국집 안에도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생선가게 상인들은 동태포와 홍어, 명태, 고등어 자반, 코다리, 조기, 대구 알 등 다양한 생선을 늘어놓고 가격 흥정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조치원읍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날씨가 추워 생선 같은 것은 금세 상하지 않기 때문에 명절을 앞두고 미리 사놓으려고 다들 나온다"며 "장날에는 생선 가격이 싸고 물건도 신선해 좋다"고 말했다.
연신 동그랑땡과 동태전을 부쳐 내던 반찬가게 주인 차은희(51·여)씨는 "내일부터는 좌판을 넓혀 본격적으로 명절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계란값 인상 때문에 가격을 올린 곳도 많지만 우리는 그대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거래해오던 계란 도매상이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동그랑땡에 들어가는 고기도 직접 다져서 쓰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비결을 전했다.
차씨는 "불황 때문에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손님들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다면 매출을 올리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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