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외무장관 테헤란 방문 예정…돌파구 기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해 1월 외교 관계가 단절된 뒤 첨예하게 대립했던 중동의 두 맹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들어 접촉면을 넓히면서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직접적인 접촉은 없지만 지난 1년간 사사건건 반목했던 양국은 조심스럽게 화해의 제스처를 내비치는 모양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7일 사우디의 중동 정책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경색된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중동에 긍정적인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이란은 사우디의 정권 교체를 노리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를 중재하려는 나라가 10개국 정도 된다"면서 이라크와 쿠웨이트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17일 "양국이 계속 적대할 이유가 없다"며 "중동의 안정을 위해 사우디와 협력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란은 테러리즘 지원국이자 중동 불안의 장본인"이라고 각을 세우면서도 "이란과 함께 평화와 조화를 이룬다면 멋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맞춰 이란 외무부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쿠웨이트의 사바 알칼리드 알사바 외무장관이 이르면 25일 테헤란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이란과 쿠웨이트 언론은 이번 방문이 교착 상태였던 이란과 사우디가 주도하는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이란과 사우디는 또 지난해 무산됐던 이란 국민의 정기 성지순례(하지)를 재개하기 위해 양자간 회담을 열 예정이다.
사우디가 이를 위해 이란에 회담을 제의했고 이란은 17일 이에 응하겠다고 밝혀 양국의 관계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나라가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는 신호는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서 감지됐다.
지난해 4월 이란의 동참을 조건으로 내세운 사우디가 막판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감산 협상이 결렬됐음을 고려하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가 유가 상승을 고리로 적어도 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선 손을 잡은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감산 합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서방의 제재로 시장점유율을 잃은 이란의 사정을 감안해 감산 대상에서 이란을 예외로 인정한 대목이다.
이란과 사우디는 원유 시장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놓고 경쟁관계인 탓에 감산 합의는 그만큼 전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산유량 감산 합의는 강제성이 없고 슬그머니 어겨도 이를 즉시 적발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깨지기 일쑤일만큼 회원국간 신뢰가 절대적이다.
이런 점에서 불신과 대립으로 점철된 이란과 사우디가 감산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의 토대가 어느정도 형성됐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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