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두산 베어스의 내야를 지켰던 고영민(33)이 케이티 위즈에서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고영민 코치는 25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신년결의식에 참석, 케이티 2군 코치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고 코치는 2002년 두산에 입단해 2006∼2008년 주전 2루수로 뛰었고,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 야구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하는 등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점차 출전기회를 잃다가 지난해 방출됐다.
고 코치는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결국 김진욱 케이티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코치직을 수락했다.
고 코치는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선수로서 바랐던 것인데, 코치로서 다른 유니폼을 입으니 마음가짐이 새롭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선수로서 많이 못 했던 플레이, 머릿속에 있던 야구들을 이제는 제가 아닌 어린 친구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며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똑똑히 들어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코치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아직은 '선수 고영민'이 더 익숙하다며 어색해했다.
고 코치는 "지금도 선수실로 가려다가 코치실로 다시 돌아간다. 아직 코치 적응이 덜 됐다"며 웃었다.
코치로서의 목표는 1군의 1·3루를 지키는 작전·주루 코치다.
그는 "제가 생각했던 1·3루 코치에 대한 것을 눈에 많이 익히고 생각을 많이 했다. 2군에서도 연습을 많이 하겠지만, 막상 시작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야구 외적으로는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능력이 코치로서 잘 발휘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감독도 두산 코치 시절 고 코치의 그런 재능을 눈여겨보고 코치직을 제안했다.
고 코치는 "제가 두산 2군 시절 친구들이 힘들어하고 좌절할 때 제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나도 2군에 4년간 있었다', '지금 뭐가 힘드니' 등을 물으며 대화를 많이 했는데, 김 감독님이 그런 말들을 들으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제 말을 듣고 야구를 다시 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두산에 있을 때 저랑 룸메이트를 하는 선수들이 잘하더라"라며 현재 두산의 주전 외야수로 성장한 박건우를 언급했다.
그는 박건우가 1군에 잠깐 있다가 2군으로 다시 내려갔을 때 해줬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는 "그런 경우 선수들은 100% '또 제자리구나'라며 실망한다. 그럴 때 말을 따뜻하게 해준다. '지금 시점이 아니라 1, 2년 후 더 큰 선수가 될 건데 여기서 좌절하면 손해다. 2군에서 열심히 해서 더 잘할 수 있는 기량을 만들어라' 등 좋은 이야기로 마음을 다스리게 해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 밥그릇도 못 챙기고…"라며 웃었다.
그는 선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들도 꼽아봤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딴 순간과 2015년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고 코치는 "초중고교에서 다 우승을 해봤는데, 프로에서는 한 번도 우승을 못 했었다. 그런데 두산에서 우승을 딱 한 번하고 그만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현재 케이티의 주장이자 주전 2루수인 박경수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고 코치는 박경수의 성남고 1년 선배다.
고 코치는 "경수가 케이티에 와서 잘 되고 잘하는 것을 보니까 부럽다"며 "저도 못하다가 다시 일어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선수생활을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박경수를 보고 현역 연장을 더욱 꿈꿨었다고 털어놨다.
또 "김 감독님께 마지막으로 경수와 키스톤 콤비를 해보고 싶다고, 선수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코치로 해주셨다"며 아쉬워하면서도 "감사하다"고 했다.
정상과 바닥을 오가며 마음고생을 한 만큼 그는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코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 코치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코치가 되겠다. 그러면 저도 도움을 주겠다고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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