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트럼프 보호무역주의·남중국해 '강공'탓 中에 더 기운다

입력 2017-01-25 13:38  

아세안,트럼프 보호무역주의·남중국해 '강공'탓 中에 더 기운다

"中, 남중국해 점거 용납안한다"는 美, 아세안 지원 끌어낼 지 관심

남중국해 이해당사국 필리핀·베트남, 中과 대립보다 협력확대 모색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으로 동남아시아 안보·경제 지형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며 보호무역주의의 깃발을 올렸다.

이들 모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직결된 사안으로, 10개 아세안 회원국은 득실 계산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의 남중국해 점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의 새 행정부가 남중국해 사태에 대해 '강경 모드'를 예고했지만, 친중 성향이 짙어진 아세안의 협력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국, 일본과 함께 '끈끈한' 반중 연대를 형성한 필리핀은 작년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과 함께 친중 노선으로 선회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의 남중국해 합동순찰을 중단하고 합동 군사훈련도 축소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필리핀 정부는 아세안 정상회의 의제에서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이긴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의 판결을 배제해 놓고 있다. 대신 중국과 경제협력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0월에 이어 오는 5월 중국을 또다시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카를로스 도밍게스 필리핀 재무장관은 이번 주 초 중국을 방문, 두테르테 대통령이 작년 방중 때 약속받은 150억 달러(17조5천억 원) 규모의 신규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아세안이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대결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세안의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미·일의 개입 반대와 당사국 간 해결을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베트남도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다투지만, 공격적인 대응은 자제한다. 베트남의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은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을 만나 남중국해 긴장고조 행위를 하지 않고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분쟁 해결 방안을 찾기로 합의했다.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전통적인 친중 국가로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 '3자 개입'에 반대한다. 나집 라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말레이시아는 최근 들어 중국에 밀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미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책은 아세안 국가들의 동조를 얻지 못하는 대리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TPP 탈퇴는 아세안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개 TPP 참여국 가운데 아세안 회원국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4개국이다. 미국이 빠지는 자리에 중국을 합류시키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TPP의 대안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해 연내 타결을 모색하고 있다. RCEP 협정이 발효되면 총인구 30억 명, 경제규모 20조 달러의 초대형 경제블록이 탄생한다.

레 하이 빈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TPP와 관계없이 베트남이 이미 서명했거나 서명할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행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TPP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혀온 베트남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대미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지만, RCEP나 유럽연합(EU)과의 FTA 등 방어책이 있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의 입장이다.

다른 아세안 회원국들도 동남아에서 미국에 맞서 외교적 입지를 넓히려고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온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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