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공안, 기능, 일반·경찰, 교육직 順 '퇴직후 평균 사망연령' 높아져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업무를 맡은 40대 공무원이 과로사로 숨지고, 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었던 중앙부처 30대 사무관이 일터에서 숨지는 일이 최근 벌어졌다.
이런 안타까운 과로사나 사고사 등이 아니더라도 공무원들의 퇴직 후 평균 사망연령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 기대수명 80대 시대, 60∼70대 나이에 숨지는 퇴직공무원들
30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의 퇴직 후 사망으로 인한 공무원연금 수급 중단 평균연령은 직종별로 60대 후반∼70대 중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공무원 퇴직 후 평균 사망연령은 소방직 공무원 68세를 최저로, 공안직 72세, 기능직 73세, 일반·경찰직 74세, 교육직 76세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근무 중 돌연사나 사고사를 제외한 공무원의 퇴직 후 평균 사망연령이 60대 후반에서 70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소방직 공무원의 퇴직 후 평균 사망연령이 68세로 가장 낮았다.
2014년에도 소방직·기능직은 72세로 최하위였으며 경찰직 73세, 일반·공안직 74세, 교육직 77세 순이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불과 수백 명에 불과한 모집단 중 비정상적으로 일찍 죽는 사망자가 발생한 특이사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무원 직종별로 사망연령을 단순 비교해도 3교대 등 밤샘근무가 많은 직종일수록, 현장직일수록 평균 사망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2015년 생명표' 기준, 우리나라 남녀 기대수명은 82.1년이다.
물론 통계청의 통계적 분석이 반영된 기대수명과 단순비교해 공무원들이 더 빨리 죽는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대수명 80세 시대에 공무원들의 삶에 대한 적지 않은 의미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 편한 공무원은 옛말…격무·스트레스 "잠자는 게 치료다"
지난해 명예퇴직한 50대 경찰은 "이렇게 살다 제 명에 살지 못할 거 같아 그만둔다"며 30여 년을 헌신한 경찰 조직을 등졌다.
4교대로 반복되는 밤샘근무와 박봉·승진 경쟁에 지쳐 만성피로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별다른 생계대책이 없음에도 무작정 사표를 던졌다.
한 소방공무원은 "직원들 사이에 몸이 아프다. 힘들다는 말은 금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업무가 주된 소방직의 특성상 몸이 아프다는 말은 '무능하다'는 의미로 귀결돼 아파도 숨기고 근무하다 병을 키우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치료나 상담보다는 '집에서 잠을 자면 낫는다'고 말하는 소방직 공무원들도 많다.
각종 사건·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동료들도 있지만 '정신병 치료'를 받는다는 편견이 크기 때문이다.
칼퇴근·철밥통이 깨진 것은 일반직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 광주의 한 구청에서는 평소 자정이 넘는 시간에 퇴근하고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등 하루 2∼3시간밖에 못 자는 격무에 시달린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이 곳에서는 2명의 공무원이 자살하고 1명이 과로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조직에도 성과주의, 경쟁원리가 도입돼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문화'가 팽배해졌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치열한 경쟁 구조에서 살아남고, 승진하기 위해서 무리하는 것은 일반 사조직과 다를 바 없어 공무원 조직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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