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난 의원들 전언…트럼프가 내용 일부 흘린 배경 놓고 추측 분분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미국의 오랜 전통에 따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게 남겨준 편지에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를 지켜달라'는 간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 지도자들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 리셉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전해들은 편지 내용 일부를 이같이 공개했다고 의회전문지 더힐이 24일 보도했다.
오바마는 지난 20일 8년간 머물러온 백악관을 떠나면서 후임인 트럼프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겼다. 역대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성공을 바라는 메시지와 당부를 남기는 건 백악관의 전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 참모진 취임행사 때 상의 안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보이며 '아름다운 편지'라고 했지만 내용을 소개하진 않았다.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메릴랜드) 의원은 기자들에게 "직접 편지를 본 것은 아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ACA가 매우 중요한 입법이자 미국민에게 더 나은 건강과 신뢰를 안겨줄 법안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 같다"면서 "표현이 어땠는지 몰라도, 요점은 정말 좋은 법안이라 여긴다면 지지해야 한다는 쪽"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전언을 살펴보면, 오바마 편지의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케어를 살려나가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넉넉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이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 서명을 조기에 무효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회예산처(CBO) 전망을 근거로 오바마케어가 폐기되면 첫 해에만 1천800만 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잃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의 대안으로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이란 개념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조차 트럼프와 비슷한 약속은 내놓지 않는다.
호이어 의원은 민주당의 우려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이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트럼프가 'ACA는 폐기할 수도 있고, 2년 동안 가만히 놔두면 스스로 소멸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즉시 대체할 방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면서 공화당 지도부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에게 공을 넘겨버렸다"고 트럼프의 입장을 해석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당이 정치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양당 지도자 회동에서 편지 내용을 슬쩍 흘린 의도에 관해서도 이와 관련된 해석이 나왔다.
호이어 의원은 "내가 생각하기론 트럼프가 내용을 공개한 건 '거봐라, 오바마 대통령조차도 당신네(의원들)가 이걸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 않느냐'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민들이 누리는 건강보험 혜택을 침해할 수 있는 어떤 입법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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