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구도'로 승부수 띄우기…선두주자에 각세워 지지율 반전 노려
사드·北인권결의안·개헌·경제관 전방위 작심 비판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류미나 기자 =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외교적 화법'에 능한 반 전 총장이지만,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 자리에서는 잠재적 대권경쟁자인 문 전 대표를 향해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귀국 후 자신을 직접 겨냥한 문 전 대표의 공세에 대응을 자제하던 반 전 총장이 이날은 연신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전투력'을 발휘한 것이다.
특히 문 전 대표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말바꾸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의 의견 타진 논란 등 안보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유엔 사무총장, 외교부 장관 등 국제 외교 무대를 누비며 한반도 안보 이슈를 다뤘던 자신의 경력을 부각하는 동시에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의심하는 보수 진영 유권자를 자극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 설 연휴 직전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자 '1등 주자 때리기'를 통해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주목도를 높이려는 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단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에 대해 '개인적 차원'과 '대선주자 차원'의 평가를 달리하면서 날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가까이 지내는 사이"라면서 "노무현 정부에서 문 전 대표는 민정수석을 했고, 저는 외교보좌관을 하면서 자주 만나서 얘기했고, 곧은 분이라서 평소에 존경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그러나 지금 결과적으로 둘이 (대선에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한 경쟁자적인 입장에서 말하면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이 걱정을 표했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반 전 총장은 "어떻게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와 동맹 관계에 있는 미국보다 평양을 먼저 가겠다는 소리를 하느냐"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문 전 대표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하고, 의아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민한 주제는 사드 배치 문제를 꺼내들었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말이 오락가락한다"면서 찬반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미·중 관계와 함께 한·중 관계도 미묘해 지금이야말로 외교적인 교섭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면서 "이 문제는 다른 어떤 현재 거론되는 사람들보다 제가 더 준비돼 있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나아가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자서전인 '빙하는 움직인다'에 담긴 내용을 거론하며 문 전 대표의 대북관을 문제삼았다. 그는 "자서전을 보면 북한 인권문제를 유엔에서 결의하는데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고 결정하자는 대목이 나온다"면서 "이런 면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보 분야에 이어 국민통합의 방안으로 대선 전 개헌을 제시하며 문 전 대표를 '반(反) 개헌' 세력으로 몰고 갔다.
개헌을 중심 기둥으로 빅 텐트를 친 뒤 극단적인 친박(친박근혜)계와 친문(친문재인)계를 제외한 연대를 형성해 문 전 대표와 대결한다는 시나리오와 맥이 닿아 있다.
반 전 총장은 "국민의 65% 이상이 개헌해야 한다고 하는데 제1당의 후보가 될 분이 안된다고 하면 또 제왕적인 대통령에 갇히게 된다"면서 "그러면 설령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박근혜 패권에서 문재인 패권으로 넘어가는 것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을 하자는데 문 전 대표의 개인 탐욕이 적용돼서 개헌이 안되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경제 정책에서도 선명하게 각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은 "어떤 분은 공공부문을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데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러잖아도 작은 정부로 바꿔야 하는데 일자리 창출의 80%에 달하는 인력을 공공부문에서 충원하는 것은 악순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 기업이 상당히 신이 나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와 지지율 격차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10m도 가지 못했지만 문 전 대표는 350m쯤 나가 있는 상황으로 최순실 게이트가 나기 전에는 제가 앞서 있었다"면서 "지지율은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라고 역전을 자신했다.
aayy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