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연 효과…'변호사 필수선임' 인정하면 심리 차질 우려
지금까지 변론만 놓고 결론·대리인 없이 진행·국선 등 거론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채새롬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불공정하다며 '대리인단 전원사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슬며시 내보이면서 그 효과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25일 헌재에서 열린 9차 변론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헌재 재판관 구성에 '2명 공석'이라는 차질이 생기는 점을 우려한 발언이다.
이에 박대통령측 대리인단은 헌재소장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헌재 안팎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이 이런 전술을 펴는 것은 '각종 심판 절차에서 사인(私人)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을 경우 심판 청구나 수행을 할 수 없다'고 한 헌재법 제25조 제3항의 '변호사 강제주의' 원칙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즉, 현재의 대리인단이 모두 사퇴한 뒤 박 대통령이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이 조항에 따라 탄핵심판 진행이 멈춰버리는 '사법 뇌사' 상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탄핵 결론을 늦추는 동시에 대통령으로서 '불소추 특권'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또 박영수 특별검사의 활동 기간이 끝나면서 직접 수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작아지고 지지율 반등도 꾀할 수 있다.
국회 측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박 대통령 측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 "현실화할 경우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숨겨진 악마의 발톱이 살아났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 전술은 오히려 '양날의 검'처럼 스스로에도 큰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이는 헌재법 해당 조항에 명시된 '사인'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는 것은 일반인인 '사인'에 국한되는 데, 탄핵심판 당사자인 대통령이 사인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즉, 탄핵심판의 경우 이 조항의 예외라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강제주의는 주로 일반인이 내는 헌법소원 사건에 해당하는 말"이라며 "탄핵심판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지에 대해선 선례가 없어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탄핵심판에 변호사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변호사 전원사퇴' 사태가 발생한 뒤 헌재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달린 셈이다.
헌재는 일반 헌법소원 사건에서 변호사가 사퇴한 뒤 새로 선임되지 않은 유사 사례를 처리한 경험이 있다. 당시 헌재는 해당 변호사가 변론을 상당 부분 진행한 점을 고려해 이전까지의 변론 내용은 인정하고, 그 이후부터는 당사자가 스스로 유리한 진술을 할 기회를 포기한 것으로 봤다.
이런 선례를 박 대통령 사건에 적용하면 헌재는 대리인단 사퇴 전까지의 내용으로 결론을 내게 된다. 이는 박 대통령에게 불리할 거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탄핵심판 당사자가 불출석해도 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재법 제52조를 근거로 변호사 없는 심판이 이론상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변호사는 당사자를 대리하는 역할에 불과하기에당사자에게 출석 의무가 없는 재판에 대리인에게 출석 의무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공석이 계속될 경우 헌재가 형사재판처럼 '국선대리인'을 붙여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헌재법 제70조 제1항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사람이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다만 2항은 '1항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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