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 이메일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이번 프로그램에서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주의깊게 들어주셨으면 해요. 쾰른 필하모닉은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작곡가 본인의 지휘 아래 연주했던 악단입니다. 음악적 역량이나 테크닉 그 이상의, 악단의 역사 그 자체가 선사하는 감동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내달 한국을 찾는 쾰른 필의 예술감독인 프랑스 출신 지휘자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는 26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쾰른 필의 '190년 역사'가 가진 힘을 강조했다.
쾰른 필은 1827년 창단 이래 사라져 가는 '독일적 음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 중견 악단으로 평가받는다.
음악사에 남은 유명 지휘자들의 작품을 초연한 전통을 자랑하는 악단이기도 하다.
쾰른 필은 1887년에는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 본인의 지휘로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을, 1895년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각각 초연했다.
1904년에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본인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5번을 초연한 바 있다.
로트는 "쾰른 필은 음악사의 여러 걸작이 탄생하는 과정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러한 부분이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진 않다"며 "쾰른 필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쾰른 필을 '독일적 사운드'라는 수식어 안에 가두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모든 오케스트라가 자신만의 소리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국가적 정체성과 연관 지어 한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쾰른 필을 '독일적 음향' 대신 따뜻한 현악 파트와 명징하고 빛나는 금관을 가진 악단으로 소개하고 싶어요."
로트는 프랑스 고음악과 현대음악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해석으로도 유명하다. 로트는 2013년 세계적인 음악축제 BBC 프롬스에서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륄리와 라모 곡을 당대 방식대로 지팡이를 들고 바닥을 치며 지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진취적인 지휘자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쾰른 필이 어떤 '케미'를 보일지도 이번 공연의 관심사다.
"쾰른 필은 과거에 비해 매우 유연해졌고 저는 이런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일정한 틀에 고착되는 순간 결국 음악도 경직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유연성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협연자로 함께 무대에 서는 노르웨이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빌데 프랑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그녀는 순수한 음악 그 자체입니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특히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과 구별되는 그녀만의 아름다운 톤이 일품입니다. 베토벤 협주곡에서도 젊고 혁명적인 정신을 제대로 표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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