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쿰' 일부 위헌 판정…여야, 선거법 개정 착수 전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논란을 빚어온 선거법에 대해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5일 일명 '이탈리쿰'(Italicum)으로 불리는 선거법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에서 총선 1차 투표에서 40%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없으면 결선 투표를 하는 조항은 위헌, 40% 이상을 득표한 다수당에 보너스 의석을 부여해 과반 의석을 보장하는 것 등 대다수 나머지 조항은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헌재는 아울러 위헌 조항을 개정할 선거법을 즉각 선거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로 예정된 총선이 올해 상반기로 앞당겨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헌재가 현행 이탈리쿰이 합헌이라고 판정하거나, 일부분에 한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놓으면 여야 정치권의 선거법을 둘러싼 합의가 수월해져 이르면 올해 상반기로 총선을 앞당기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이탈리아 정계는 관측해왔다.
이탈리쿰으로 불리는 현행 선거법은 하원 선거에서 40% 이상을 득표한 다수당에 보너스 의석을 부여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의 의석을 보장하고, 1차 투표에서 40%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없으면 결선 투표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다수당에 득표율을 넘어서는 보너스 의석을 주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등의 지적을 받아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의 판결이 나오자 작년 12월 헌법 개정 국민투표 부결의 여세를 몰아 집권을 노리고 있는 포퓰리즘 성향의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즉각적인 총선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성운동 소속의 니콜라 모라 상원의원은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 즉각적인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성운동, 극우 정당 북부동맹 등 주요 야당은 이탈리쿰에 대한 헌재 판결이 나오는 즉시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
국민투표 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테오 렌치 전 총리 역시 내년 총선을 올해 상반기 안으로 앞당겨 실시한 뒤 다수당 지위를 획득, 총리로 복귀한다는 구상 아래 조기 총선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렌치 전 총리는 상원 축소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 부결 직후 총리직은 자신의 내각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측근 파올로 젠틸로니에게 물려줬으나, 집권 민주당의 대표 자리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렌치 정부는 2015년 이탈리쿰을 도입할 때만 하더라도 상원을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이 법을 상원에는 적용하지 않았으나, 작년 12월 전 세계를 휩쓴 포퓰리즘 열풍 속에 국민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이탈리아는 차기 총선에서 서로 다른 상원과 하원 투표 방식을 갖게 됐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이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날 나온 이탈리쿰에 대한 헌재의 판결에 기초해 즉시 상원과 하원의 선거 방식을 통일하는 선거법 개정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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