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걷히자 투자자 반색
미국 달러강세·금리인상 등 변수 남아 있어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제45대 미국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에 속속 착수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 기록 수립으로 화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에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잠시 뒷걸음쳤던 모습은 사라지고 강한 랠리가 이틀 연속 이어지면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0을 돌파해 마감했다.
◇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걷혔다"…투자자들 반색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5.80포인트(0.78%) 오른 20,068.51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다우존스 지수는 1999년 초반에 10,000을 처음으로 밟은 이후 약 18년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틀 연속 최고기록 행진을 했다.
이틀 연속 뉴욕증시가 고공행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됐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증시는 예상과 달리 오르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내세웠던 공약이 추진되면 미국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는 뒷걸음질 쳤다.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의 물가만 올려놓을 뿐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고, 트럼프 정책의 집행 여부와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좌우했다.
다우존스 지수를 20,000 위로 밀어 올린 힘은 최근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조치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등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해 온 2대 송유관 사업을 재협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개 사업은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공급되는 원유를 늘려 미국의 에너지 독립에 기여하는 한편 에너지 비용 인하로 내수를 늘려 경제부양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피터 카르딜로 퍼스트 스탠다드 파이낸셜의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그가 서명한 몇 개 행정명령이 규제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CNBC에 전했다.
◇ 랠리 언제까지…달러강세·금리인상이 변수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다우지수는 9.5% 올랐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7.4%와 8.9%의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건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나온 것도 이유였지만, 트럼프가 집권하면 성장 위주의 정책을 강하게 집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몫을 했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10년 동안 1조 달러를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겠다고 했으며, 법인세 인하와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취임 당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국정기조를 통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10년 동안 2천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 4%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정책이 반영되면서 증시에서는 금융주와 산업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증시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다.
나임 아슬람 싱크마켓의 수석 시장전략가는 "다우지수가 20,000을 돌파하기를 기다려온 투자자들이 있다. 이들이 새로운 자금을 투자해 주가를 더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도 주식시장을 억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도 아직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가 시장의 흐름을 바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지금의 증시 수준이 역사적인 수준과 비교해 보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랙록 글로벌 앨로케이션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루스 쾨스터리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달러 (강세)가 진짜 문제"라면서 "보호주의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보호주의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도 증시의 랠리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날 CNBC의 한 프로그램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아주 좋아 보이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 지금처럼 화창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는 세계 경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무역이 미국 경제에 나쁜 것처럼 본다"면서 "트럼프의 대화는 글로벌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고 깎아내렸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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