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환율 문제 미국과 협의중"…"미중협력만이 바른길"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에 중국 인민은행이 '미국내 지정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비논리적 처사'라고 반박하며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이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기관지인 인민정협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위협은 논리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밝혔다.
정협 위원이기도 한 이 부행장은 "인민은행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재무부와 충분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인민은행이 처음으로 낸 공식 반응이다.
이 부행장은 이어 "기술적으로 미국 법규는 기준에 맞지 않으면 특정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환율조작국 지정엔 세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중국은 과거엔 두가지 기준을 넘어섰다가 지금은 한가지만 위배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런 기준에 이른 국가가 중국 외에도 5곳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외환시장에 대한 일방적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을 따져 환율 조작 여부를 판단한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포함해 한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1개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가 실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함께 관찰대상국인 한국에도 악영향이 미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예고했던 중국의 무역 및 환율 문제에 아직 손을 대지는 않고 있지만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서명 등 그동안 내걸었던 핵심공약 이행에 발동을 걸고 있는 중이다.
그는 취임에 앞서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취임 첫날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치는 않을 것이라고 어조를 다소 누그러뜨리면서 "중국과 먼저 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미국과의 교역에서 부당 이득을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중국의 환율과 무역 정책에서 자신이 진전이라고 여기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강경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관건은 오는 4월 미국 재무부가 주요 교역상대국의 외환정책을 평가해 발표하는 반기 환율보고서가 될 전망이다. 미중 양국은 반기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환율 문제를 집중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환율조작국 지정 외에도 트럼프는 지난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3천440억 달러를 기록한 것을 근거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45%의 징벌적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중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이 여의치 않을 경우 트럼프 정부는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을 활용해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율조작국 지정 움직임에 중국으로선 억울한 점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위안화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여파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트럼프 정부가 재정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짐에 따라 중국은 외환보유액 감축과 자본유출 통제책 도입 등을 위안화 추가 약세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전날 워싱턴에서 "무역전쟁은 양측 모두를 다치게 하고 세계경제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결코 이를 원치 않는다"며 "미중 협력만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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