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할리우드 영화 '컨택트'는 언뜻 제목만 봐서는 1997년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 '콘택트'의 아류작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컨택트'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컨택트'는 다음 달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작품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도착'을 뜻하는 '어라이벌'(Arrival)이다. 어느 날 지구에 12개의 거대한 비행 물체가 도착한다. 이들은 의문의 신호를 보내고, 세계 각국은 이들이 왜 지구에 왔는지 이유를 찾는다. 미국은 언어학자 루이스를 통해 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한다.
영화는 SF 장르이지만 언어와 소통, 만남 등을 주제로 다룬다. 그런 면에서 접촉, 연락을 뜻하는 '컨택트(Contact)'로 제목을 바꾼 점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23 아이덴티티'는 다중 인격을 소재로 한 공포물이다. 다중 인격을 가진 케빈(제임스 매커보이)은 3명의 10대 소녀를 납치한 뒤 23개 인격을 하나씩 보여주다가 마침내 24번째 인격인 야수로 돌변한다.
'식스 센스'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으로, 원제는 '스플릿(Split)'이다. 분열을 뜻하는 스플릿 대신 '23 아이덴티티'라는 긴 제목으로 바꾼 것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유지태 주연의 볼링도박 소재의 한국 영화 '스플릿'과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수입되는 영화들은 이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제목을 바꾸기도 한다. '맨 인 더 다크(Don't Breathe)'(2016), '나를 찾아줘(Gone Girl)'(2014), '겨울왕국(Frozen)'(2013) 등도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 영화 제목을 영어 발음 그대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영화 '마션(The Martian)'을 '화성인'이라고 굳이 번역하지 않고 '마션'이라고 옮기는 식이다.
지난해 추석 시즌 개봉한 '매그니피센트7(the Magnificent seven)'도 원제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탓에 극장표를 끊기 전에 영어 단어부터 검색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Magnificent'(매그니피센트)는 참으로 아름다운, 위대한이라는 뜻이다. 우리말 제목으로 바꾸면 '위대한 7인'쯤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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