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설 쇠는 65세 이상 노인 전국 138만여명…2년 새 10%↑
복지관 문 닫아 갈 곳 없어…외출않고 TV 보며 외로움 달래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이웃의 화목한 모습을 보면 내 인생이 덧없게 느껴져. 홀로 지내야 하는 설이나 추석이면 유난히 더 심해. 그런 생각 안 하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거지"
청주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69)씨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설만 되면 되풀이되는 외로움 탓이다.
자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경로당에서 노래를 배우고 율동도 익히며 유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만 되면 잊고 지내던 아픈 병이 도지는 것처럼 외로움이 확 밀려온다. 일종의 '설 증후군'인 셈이다.
이웃에 사는 이모(72)씨는 "살 맛이 안 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가족이 없는 그에게 설 연휴는 즐거운 명절이 아니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다.
인근 복지관에 나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또래 노인들과 생활하며 외로움을 잠시나마 털곤 하지만 복지관도 문을 닫는 설 때는 마땅하게 갈 곳도 없어 외로움이 사무친다.
복지단체가 지원한 떡국과 만두를 데워 먹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보낼 나흘의 설 연휴를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몸이 아파도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다. 요즈음 한숨이 부쩍 늘어난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홀로 사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25만2천483명이었던 홀몸 노인은 2015년 138만3천858명으로 2년 새 10.4%(13만1천375명)나 증가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그 수가 급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가족과 단절돼 생활하는 홀몸 노인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복지 당국은 이들 대부분이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충북의 홀몸 노인은 5만297명이다. 이들 중 24.3%(1만2천201명)가 복지단체가 시행하는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복지단체 종사자들이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가정을 주 1회 방문, 말벗 역할을 해주고 주 2회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은 대부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소득이라고는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인 빠듯한 형편에 설 연휴 때 바람을 쐬러 여행을 다니기도 어렵다.
자녀들도 형편이 어렵다 보니 부모를 찾아뵙지 않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게 복지단체 종사자들의 얘기다.
이런 노인들은 '명절 방치형 어르신'들로 불린다. 조리하지 않고 데워먹을 수 있는 떡국이나 만두, 반찬 등을 복지단체가 설을 앞두고 1주일 치를 미리 전달하지만, 홀로 설을 지내며 쌓여가는 외로움까지 달랠 수는 없다.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명절 때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드리면 '잘 지낸다'는 말 대신 '고맙다'는 말씀부터 하신다"며 "얼마나 외로웠으면 이런 말씀부터 하실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명절 때만 되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마련"이라며 "소외감을 덜 느끼며 설을 지낼 수 있도록 매일 안부를 묻고 말동무도 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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