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국민의당으로 나뉜 제3지대 사이에서 몸값 올라가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이른바 '제3지대'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밑그림이 새롭게 그리고 있는 정치권 유력인사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킹 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 등이 그들이다.
가시권에 든 조기대선 판에서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며 안갯 속이던 대선구도가 서서히 잡혀나가기 시작하자 주도적인 역할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위원회 의장도 대선주자이지만 제3지대 구성에서 최대 변수로 꼽히며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이들이 활동할 무대로 삼는 제3지대는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중심으로 나뉘는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은 반문(반문재인)연대를 만들겠다는 뜻을 펼치기 시작했으나, 제3지대의 상수인 국민의당은 사실상 반 전 총장과 선을 긋고 당 중심의 '빅텐트'를 치는 데 돌입했다.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이 '제3지대' 구성의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손 의장과 김종인 김한길 전 대표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개헌론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의 불씨를 살리는 데 나서면서 개헌론도 이들의 발걸음과 밀접하게 연계될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대선 전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며 임기 단축 가능성과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의사도 언급했다.
이는 대선 전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 경우 임기 단축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김종인 전 대표의 주장과 맥이 통한다.
더구나 반 전 총장은 김종인 전 대표와의 연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김종인 전 대표도 지난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비패권지대의 성립이 가능하다"며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김종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좀 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도 만나는 등 민주당 경선판에서 취할 스탠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손 전 의장은 최근 반 전 총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반 전 총장을 만나본 뒤 입장을 정리하기로 해 회동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도 최근 반 전 총장과 만나는 등 반 전 총장 측으로부터 적극 구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 대표는 국민의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와 달리 박 대표는 지난 25일 김종인 전 대표와 회동한 데 이어 조만간 손 의장과의 회동도 추진하는 등 국민의당 중심의 '빅텐트'를 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개헌론자인 박 대표는 개헌 필요성에 대해 김 전 대표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적극적으로 코드 맞추기를 시도했다.
반 전 총장과의 제3지대 주도권 경쟁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서는 김종인 전 대표를 야권의 제3지대에 묶어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 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 대해서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김종인 전 대표와 온도 차가 난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