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수 적고 가격 가중치라 시장 반영 한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로 불리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25일(현지시간) 20,000선을 처음으로 돌파하자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월스트리트에서 30년 넘게 일한 짐 폴슨 웰스파고 자산운용 수석 시장 전략가는 "사람들이 다우 1,000에 갈 수 있을까 궁금해했던 때가 기억난다. 놀라운 일이다. 내가 일하는 동안 20배나 뛰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다우지수는 1999년 3월 10,000을 찍고 18년 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해 11월 22일 19,000선을 넘은 이후 42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00'이라는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시장 전략가인 에드 야드니는 "의미 있다"면서 "이 지수는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믿을만한 지표"라고 말했다.
테드 젠킨 옥시전 파이낸셜 최고경영자는 "다우 20,000을 본 사람들은 다우 25,000도 가능하다고 확신할 수 있으므로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심리적인 것을 빼면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비판자들은 다우지수가 미국 뉴욕증시의 수천 개 종목 가운데 한 줌밖에 안 되는 30개 종목을 대표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와 달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종합지수는 50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러셀 지수는 종목이 2천 개나 된다.
게다가 다우지수는 시가총액이 아니라 골드만삭스와 애플, 월마트 등 구성 종목의 가격으로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특정 종목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엔베스트 어드바이저스의 제러미 토거슨 최고경영자(CEO)는 다우지수가 합당한 논리도 없이 시장 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가격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우지수의 대장주 골드만삭스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 규제 완화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로 급등한 것이 이 지수가 19,000선 이후 1,000포인트 올라가는데 3분의 1이나 기여했다고 CNBC는 지적했다.
1,000포인트 움직인데 따른 의미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우지수가 1,000에서 1987년 2,000을 찍었을 때는 100% 상승이었지만 19,000에서 20,000으로 갈 때는 5%밖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1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다우지수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가슴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보통의 미국인들에게 '오늘 시장이 어땠냐'는 '오늘 다우지수가 어땠냐'와 동의어다.
1896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만든 다우지수는 12개 종목으로 시작해 1916년 20개로 늘어났고 1928년에 지금 같은 30개 종목을 갖췄지만, 시간이 갈수록 30개 회사만으로는 다양한 시장을 적절히 반영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금의 월스트리트는 다우지수에서 멀어졌다. S&P 지수를 따르는 투자펀드는 2조 달러가 넘지만, 다우지수 추종 펀드는 400억 달러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우지수 20,000선이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오랜 역사와 이로 인한 친숙함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다우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다. 21명의 대통령과 23차례의 경기침체, 6차례의 큰 전쟁을 거쳤다. 긴 역사 때문에 2007∼2009년 금융위기 때의 시장 붕괴와 1929년 대공황 때의 폭락을 비교할 유일한 수단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다우지수가 어디로 향할지에 쏠렸다. 리걸증권의 마이클 다비시는 다우가 10,000선을 돌파했을 때는 11,900까지 갔다가 9,600으로 떨어졌다면서 "특별한 패턴은 없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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