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5년 만에 동해 표기 '외교 대전' 재격돌

입력 2017-01-29 04:30   수정 2017-01-29 14:40

한일, 5년 만에 동해 표기 '외교 대전' 재격돌

4월 모나코서 제19차 IHO총회…1997년부터 20년간 힘겨루기

韓 "동해·일본해 병기" vs 日 "기존대로 일본해 단독표기"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동해(East Sea)' 표기를 둘러싼 한일간 외교전이 오는 4월 5년 만에 다시 펼쳐진다.

최근 위안부 소녀상과 독도 문제로 한일관계에 갈등 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동해 표기를 둘러싼 한일간 전선이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29일 외교부에 따르면 오는 4월 24~28일 남부 유럽 모나코에서 국제수로기구(IHO) 제19차 총회가 열린다.

우리 정부와 일본은 이번 총회에서 IHO의 국제표준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개정 문제와 맞물려 동해 표기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S-23 개정을 통한 '일본해'와 '동해' 병기 주장을 펼치고 있고, 일본은 S-23 개정 여부를 떠나 기존대로 '일본해' 단독표기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이번 총회를 앞두고 이미 물밑 외교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23은 해도를 발간할 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우리 정부는 1997년 총회에서 첫 문제 제기를 시작해 2002년, 2007년, 2012년 등 5년마다 개최되어온 IHO 총회에서 줄기차게 동해 병기를 주장해왔다.

IHO 총회에서 5번째, 총 20년간 일본과 힘겨루기를 하는 셈이다.

S-23은 1953년 마지막 개정(3판) 이후 64년이나 지나 시급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지만, 그동안 한일간의 동해 표기를 둘러싼 싸움으로 개정판(4판)을 내지 못하고 있다.

IHO 회원국들은 S-23 개정과 관련해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논의를 끝낸 상황이며, 단순히 절차적으로는 동해 표기 문제를 빼고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한국, 일본 양국과의 외교관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IHO의 의결 정족수는 재석 과반 찬성이다.

한일이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S-23의 부분 발간(개정) 주장도 제기된 상황이다.

부분 발간은 한일이 합의를 볼 때까지 기존 판(3판)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합의된 내용만 발간하는 방안, 합의된 것만 발간하고 합의가 되지 않은 기존 내용은 무효로 하되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안 등 2가지 방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전자는 일본에, 후자는 한국에 유리한 안이어서 현실적 대안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 IHO 총회에서 동해 표기와 관련해 소그룹을 만들어서 계속 논의를 하고 합의가 안 되면 기존(일본해)의 것은 계속 유효하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개정안은 찬성표를 단 한 표도 확보하지 못하고 부결됐다.

이번 총회에서도 동해 표기 문제는 다시 다음 총회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는 "여전히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구도"라면서도 "이번 총회를 통해 동해 병기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해 표기 논의 주기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총회가 5년마다 개최됐지만, 관련 규정 개정으로 이번 19차 총회 이후로는 3년마다 총회가 개최된다. 또 올해 총회에서는 이사회가 처음으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총회와 총회 사이에 이사국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전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도 제작의 가이드라인인 S-23의 현실적 효용성이 떨어지면서 한일 양국이 실익보다는 명분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S-23은 발행된 지 64년이나 돼 오류가 많고 국제표준 지침서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에는 전자해도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S-23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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