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극저온 '고체 금속 수소' 만들어…81년만에 현실화(종합)

입력 2017-01-27 16:16   수정 2017-01-27 16:17

초고압·극저온 '고체 금속 수소' 만들어…81년만에 현실화(종합)

美 하버드대 연구진 성과 '사이언스'에 게재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소는 기체다. 실험실 환경이나 로켓 연료탱크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영하 253도 이하의 액화 수소도 볼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여기에 초고압을 가하고 온도를 더 낮추면 '금속 수소'(metallic hydrogen)가 된다. 1935년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와 힐러드 헌팅턴은 수소에 약 25만 기압을 가하면 수소가 이런 상태로 변한다는 계산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고체 상태의 금속 수소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해 81년 전 위그너와 헌팅턴의 예측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7일 자에 발표했다.

금속 수소와 우리가 친숙한 수소는 구조 차이가 있다.

금속 수소는 수소 원자(H)의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가 격자로 배열된 결정 구조이며, 전자들은 격자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반면 우리가 친숙한 수소는 원자 한 쌍이 서로 결합한 분자 상태로, 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위그너와 헌팅턴이 제시한 이론적 방법대로 연구진은 금속 수소를 만들기 위해 수소에 엄청난 고압을 가했다. 영하 267도 정도의 극저온에서 465만∼495만 기압을 가하자 금속 수소가 나왔다. 그간 목성이나 토성의 내부에는 고압으로 인해 금속성 수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구상 실험실에서 이를 최초로 만든 것이다.

다만 실험에서 가한 압력은 지구 중심에 가해지는 압력보다 세며, 위그너와 헌팅턴이 이론에서 예측한 값보다 20배 가량 높은 값이었다. 이는 이들이 당시 사용했던 이론적 모델이 충분히 정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아이잭 실버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고압물리학의 성배'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1996년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구자들이 액체 상태의 금속 수소를 우연히 만들었다고 보고한 적은 있으나, 고체 금속 수소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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