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주부 김경숙(38)씨는 지난 25일 설 준비를 하려고 집 근처 명서 전통시장에 들렀다.
그녀는 승용차를 명서시장 공영주차장에 세운 뒤 주차장 옆에 있는 카트를 끌고 장을 보기 시작했다.
명서시장은 시민들이 편하게 장을 보도록 대형마트에서 쓰는 것과 비슷한 카트 수십개를 주차장에 비치해놨다.
김 씨는 떡집, 과일가게, 생선가게, 정육점, 식료품점을 돌며 1시간 가량 물건을 구입했다.
설 며칠 전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져 낮인데도 제법 쌀쌀했다.
그러나 명서시장은 골목마다 아케이드 시설이 있어 크게 춥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장을 본 후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상점 도장이 찍힌 주차권을 관리소에 내밀었다.
주차비는 30분에 500원이었다.
그나마 장을 본 가게에서 도장을 받아오면 2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김 씨는 주차비를 내지 않았다.
김 씨는 "카트가 없었다면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이것저것 많이 샀다"며 "마트에서 쇼핑할 때와 비교해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송숙희 명서시장 상인회 과장은 "골목시장이 대형마트처럼 되긴 어렵더라도 장보기 편하도록 노력은 많이 했다"며 "워낙 불경기다 보니 매출을 늘리기는 힘들지만 시장이 많이 변했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지역상권을 잠식하는 대형마트에 맞서 전통시장도 변신에 몸부림을 친다.
골목형 시장구조를 유지하면서 대형마트처럼 차를 몰고 가 카트를 끌고 비바람 맞을 걱정 없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추는 전통시장이 느는 추세다.
인구가 107만명에 달하는 창원시 전통시장은 76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곳 이상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주차 면수는 최소 10대 안팎에서 200대 규모까지 다양하다.
시장 내 점포에서 주는 주차장 이용권이나 상점번호가 새겨진 도장이 찍힌 주차권을 내면 주차비를 받지 않거나 깎아 준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아케이드가 있는 전통시장도 많다.
시장 내 점포 사은·할인행사를 알려주고 홍보영상을 보여주는 전광판이나 대형 TV가 달린 곳도 있다.
전통시장 안에서 무선인터넷(Wi-Fi)을 자유롭게 쓸 수도 있다.
명서시장을 비롯해 창원 가음시장 등에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Wi-Fi 설정'을 '공공 와이파이'로 바꾸면 공짜 인터넷이 가능하다.
상품권 역시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유물이 아니다.
전국 전통시장에서 모두 쓸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 외에 진해구 중앙시장은 자체 상품권을 발행한다.
아직 이런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현대화 시설을 반긴다.
하지만 시설공사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창원시에 따르면 보통 시장 옆 사유지를 매입해 주차공간 1면을 확보하려면 대략 8천만원~1억원가량 비용이 든다.
30면짜리 공영주차장을 만들려면 최소한 30억원 이상이 들고 아케이드를 설치하는데는 1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전통시장 현대화 속도가 더딘 이유다.
전통시장이 아직 대형 쇼핑센터나 백화점과 맞상대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제수둘 창원시 경제기업사랑과 전통시장 담당은 "지난해 창원시내 전통시장 46곳에서 현대화 사업을 요청했지만 예산 문제로 6곳밖에 선정하지 못했다"며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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