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읍 교래리 토종닭 전문음식점 10여곳 밀집…맛의 비결은 신선 요리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제주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남한 최고봉 한라산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둘러보며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다가 허기진 배를 채울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다.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을 맞아 멋진 관광지를 둘러보며 맛난 토종닭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제주에 있다.
주인공은 바로 억새꽃이 들녘을 수놓은 '산굼부리' 분화구로 유명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다.
한라산 동쪽 평탄한 중산간 지대에 자리 잡은 교래리는 주민들이 1970년대 말부터 토종닭을 집 마당이나 텃밭 등에 풀어 사육해 관광객과 도민들에게 토종닭 마을로 널리 알려졌다.
제주도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을거리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관광지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9년 10월 22일 제주시 교래리 일대를 토종닭 유통특구로 선포했다.
마을 입구에는 토종닭 유통 특구 지정 당시 세워진 대형 아치가 관광객들을 맞는다.
특구로 지정된 만큼 마을 일대에는 토종닭 전문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다.
지정 첫해에는 30여개 음식점이 군집했으나 사라지고 새로 생기기를 반복하며 지금은 세월의 흐름 속에 관광객과 도민들로부터 인정받은 10여개 유명 음식점이 남아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 음식점은 닭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토종닭 사육 농가로부터 살아 있는 닭을 들여와 직접 잡아 요리하거나 도계장에서 잡은 닭을 매일 공급받는 방식으로 '맛'을 유지한다.
즉, 냉동 닭을 사용하지 않는다.
토종닭 전문음식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요리는 '닭 샤부샤부-백숙-녹두죽'으로 이어지는 닭 한마리 코스요리(4인 기준 6만원 안팎)다.
야채 등으로 우려낸 진하면서도 깔끔한 육수에 얇게 발라낸 닭가슴살을 살짝 넣어 데쳐 먹는 샤부샤부의 맛은 일품이다.
퍽퍽한 닭가슴살이 육수와 함께하는 동안 알맞게 익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을 즐겁게 한다.
취향에 따라 라면사리를 육수에 넣어 먹을 수도 있다.
샤부샤부를 먹고 난 뒤 한 접시 가득 나오는 백숙은 닭 다리를 뼈째 손으로 잡아 뜯어 먹는 육식동물 본연의 본성(?)을 일깨운다.
상 위에 닭 뼈만이 앙상히 남아 쌓일 때쯤 나온 녹두죽은 코스요리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깔끔하게 한 끼 식사를 마무리하게 한다.
이외에도 음식점에 따라 닭볶음탕과 닭갈비, 닭칼국수를 취향에 따라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인근의 절물자연휴양림 또는 사려니숲길, 교래자연휴양림, 제주돌문화공원, 에코랜드 테마파크, 제주미니랜드 등 여러 관광지를 이곳 제주 조천읍 교래리에서 모두 즐길 수 있다.
양상호 교래리 이장은 "420고지에 있는 교래리는 제주 어느 지역보다도 공기가 맑고 천연 원시림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사계절 닭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주변 관광지도 둘러보고 맛있는 닭요리를 즐길 겸 교래리를 많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곳을 찾는 도민과 관광객들이 제주재래닭과 토종닭을 혼동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토종닭을 우리 고유의 닭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토종닭 대신 재래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제주재래닭은 약 2000년 전 동남아시아 또는 중국에서 한반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유입된 닭이다. 고립된 섬이라는 환경에 적응하며 오랫동안 고유의 특성을 보존한 채 현재까지 순수혈통을 이어온 특성을 지닌다.
제주도축산진흥원은 1986년 제주재래닭 26마리를 구입, 2016년 현재 414마리를 고유품종으로 사육 보존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고유의 재래닭이 있다.
현재 유통되는 토종닭의 대부분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몸집이 작은 재래닭의 단점을 보완한 교잡종으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량한 '우리맛닭', ㈜한협에서 보급하는 '한협3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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