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장벽 건설 등 이민 규제 공약을 속속 실천하는 가운데 예술가들이 '진짜 미국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표현한 그림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때부터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한 그라피티와 포스터로 주목받은 셰퍼드 페어리와 그를 주축으로 한 '위 더 피플'(We The People) 캠페인을 최근 조명했다.
2008년 대선 후보였던 오바마의 얼굴 앞에 '희망'(Hope)이라는 글자를 새겨넣은 이미지로 그의 성공을 기원했던 페어리는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그때와는 전혀 다른 '희망'을 말하는 포스터를 공개했다.
성조기로 물든 머릿수건을 착용한 무슬림 여성, 머리에 화려한 꽃을 꽂은 히스패닉 여성, 레게머리를 한 흑인 소년의 얼굴 아래로 "우리 사람들"이라는 메시지를 새겨 넣은 것.
백인·남성·기독교인 우선주의라고 비판받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종, 성별, 종교와 관계없이 모두가 국민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페어리는 비정부기구(NGO)인 앰플리파이어 재단, 동료 예술가 제시카 사보갈, 에르네스토 예레나와 손을 잡고 예술을 통한 저항을 확산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이곳 사람입니다"라는 구호로 인종주의에 항의하는 작품뿐 아니라 "우리의 산과 강을 위해", "여성은 완벽하다"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후변화와 환경,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작품도 많다.
이들은 "사회적 변화를 위한 아트 머신(art machine)"이라고 스스로 일컬은 것처럼 홈페이지에 작품들을 올려놓고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뜻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시간) 전후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시위에서 이들의 작품은 널리 활용되고 있다.
페어리는 CNN에 "정말로 '우리 사람들'이란 모든 사람을 뜻함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대선 기간 우리는 분열됐지만, 사람들이 공통된 인간애를 찾고 미국인이라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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