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상 제외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매출 신장세가 급등하며 1천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부산 베이커리형 어묵업계가 최근 대기업의 진출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부터 어묵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지정 해제됐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부산의 한 어묵 판매장.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평일인데도 손님들이 북적였다.
매장 안은 마치 유명 빵집에 온 듯 각종 어묵 제품들이 잘 진열돼 있었고 손님들은 집게로 어묵을 쟁반에 담았다.
불에 구운 어묵 햄버거, 어묵 면으로 만든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어묵 샐러드, 어묵 육수에 어묵 면을 넣어 만든 어묵 우동 등 각양각색의 어묵 요리가 손님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강원도에서 왔다는 관광객 최모(53)씨는 "인기메뉴인 어묵 초밥은 이미 동났다"면서 "가족들끼리 부산에 오면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어묵 요리를 추천받아 들르게 됐다"고 말했다.
어묵이 반찬이나 꼬치용이라는 인식을 넘어 주된 '간식'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면서 베이커리형 어묵 판매업계가 뜨고 있다.
부산어묵전략사업단 추산으로는 베이커리형 어묵이 등장한 지 3년만인 지난해 말 기준 1천억 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베이커리형 어묵 업계는 그간의 이런 성과에 대해 홍보를 꺼리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어묵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으로 정한 뒤 6년만인 지난해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에서 해제되자 이런 분위기는 두드러진다.
한 어묵 판매장 관계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눈에 띄어 시장을 침해받으면 유통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어묵 판매장 관계자도 "수제로 어묵을 만드는 기존의 업체들이 맛과 질적인 면에서 대량 생산하는 어묵에 비해 우월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직 대기업이 생산할 수 없을 정도의 완전한 고급화가 이뤄지지 않아 홍보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베이커리형 어묵 업계의 이런 위기감은 그동안 어묵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 어묵 제품의 판매 비중이 점차 증가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대형마트 냉장식품 판매대에 대기업이 내놓은 고가 어묵과 자체브랜드(PB) 어묵의 매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묵 업계 관계자는 "어묵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하고 어묵 관련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는 정책적 보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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